북미 시장 공략 본격화
주택용 ESS로 4GWh 공급

“이젠 집 전기까지 LG가 책임지는 거야?”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침체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이번엔 미국 가정용 전력시장이다.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기업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손잡고 북미 주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향후 5년간 총 4GWh 규모의 ESS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약 4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번 협업은 ESS 시장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현지 생산’ 이슈도 반영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 배터리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델타 일렉트로닉스는 인버터, UPS 등 전력변환 장치에 강점을 가진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테슬라와 애플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델타는 이번 협력으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인버터가 탑재된 ‘올인원’ ESS 제품을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정체, ESS로 확장 나선 배터리 업계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ESS 시장은 이제 전기차 못지않게 배터리 업계의 주력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배터리박스(SBB)’라는 ESS 브랜드를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K온 역시 지난해 말 ESS 사업 전담 조직을 꾸리고, 미국 IHI 테라썬과의 협업을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던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저렴한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ESS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한 650개 업체 중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이라는 점도, 이 시장의 열기를 보여준다.
LG에너지솔루션 김형식 상무는 “고효율 올인원 솔루션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주거 에너지 환경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델타 일렉트로닉스 마이크 왕 총괄도 “이번 협력이 가정용 에너지 자립을 돕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를 저장하는 집’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진격에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