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해외 이전·공공기관 채용 축소, 고용 한파 심화
“그냥 쉰다” 청년 42만 명…베이비부머 재취업도 ‘고난’

“채용하는 곳이 줄어서 취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네요”
민간과 공공 부문을 가리지 않고 고용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과 공공기관 채용 축소로 청년층의 구직난이 심화되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취업도 어려움을 겪으며 노동시장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공공기관 채용 축소…취업 문턱 높아져

지난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취업자는 314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증가 폭이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과 경기 침체로 채용이 급감했다.
공공기관도 채용을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의 일반정규직 채용은 1만9920명으로, 2019년(4만116명)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년층의 구직 포기가 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청년(15~29세)은 42만1000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1.5개월로 1년 전보다 1.1개월 증가했다. 취업을 해도 73.6%가 퇴사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일자리와 근로자의 기대 수준이 맞지 않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
베이비부머 재취업 어려움 가중

퇴직 연령대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취업도 쉽지 않다. 45세 이후 퇴직한 근로자가 새 일자리를 구하는 데 평균 15.6개월이 걸리며, 재취업에 성공해도 임금은 기존 직장의 70% 수준에 그친다.
60대 근로자의 40%가 월 200만 원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70대는 55%, 80세 이상은 86.2%가 월 1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얻고 있다.
한편, 1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월 가입자는 1517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5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04년 이후 1월 기준 최저 증가 폭이다.
특히 건설업 가입자는 2만1000명 줄면서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제조업 내국인 가입자도 1만7000명 감소해 16개월째 하락했다. 연령별로는 29세 이하 청년층 가입자가 10만7000명 줄어 29개월 연속 감소했다.
정부, 일자리 충격 완화하기 위해 예산 조기 집행

정부는 고용 한파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일자리 예산의 70%를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8월부터 일용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확대, 내일배움카드 훈련비 상향 등을 통해 고용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경기 불황과 맞물려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전문가는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고용 경직성을 우려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며 “공공기관 역시 지난 정부 당시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서 추가 채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고용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고용 한파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비부머에 의해 부흥된 한국은 베이비부머와 함께 쇠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