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5년 만에 감소
상·하위 소득·자산 격차
생계비·물가 이중 부담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소득 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이 5년 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의 근로·전체 소득과 자산은 모두 늘어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미 소비의 40% 가까이를 먹거리·주거·공공요금 등 생계비에 쓰고 있는 계층이라는 점에서, 고환율과 물가 상승이 겹칠 경우 버틸 여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자리와 생계비를 동시에 겨냥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5년 만에 꺾인 근로소득, 위쪽은 여전히 증가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40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이 구간에서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함께, 하위 계층이 많이 종사하는 임시·일용직 일자리의 취업 여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1억2천6만원으로 전년보다 3.7% 늘었다. 증가 폭은 1년 전(5.1%)보다 둔화했지만,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상위 20% 근로소득은 한 해도 줄지 않았다.
이 결과 지난해 상·하위 근로소득 격차는 약 30배에 달했다. 2019년 33.7배까지 벌어졌다가 2022년 28.0배로 좁혀졌던 격차가 2023년부터 2년 연속 다시 확대되는 흐름이다.
소득도 자산도 상위 20%에 더 쏠려
근로소득뿐 아니라 전체 소득과 자산 지표에서도 상위층 쏠림이 뚜렷하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전체 소득 증가율은 4.4%로, 분위별 가구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 가구 소득 증가율(3.4%)을 웃돌았다.
하위 20%의 전체 소득은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연금·보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 5.1%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근로·사업·재산소득만 놓고 보면 체감 개선 폭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자산 격차는 더 극명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소득 상위 20%의 부채를 포함한 평균 자산은 13억3천651만원으로, 하위 20%(1억5천913만원)의 8.4배였다. 1년 전(7.3배)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자산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7억7천615만원, 하위 20%는 2천588만원으로 격차 배율이 68.6배에 이르렀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대치로, 종전 최대였던 2022년 64.0배도 넘어섰다.
생계비 40% 쓰는데…고환율·물가 ‘직격탄’ 우려
한편 소득과 자산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물가와 환율 부담은 취약계층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는 전체 소비 지출의 약 40%를 식료품, 주거비, 전기·가스료 등 필수 생계 항목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항목 비중은 소득 상위 20%의 두 배 수준이다. 이들 품목은 국제 원자재·에너지 가격과 환율 변화에 민감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입 물가가 뛰고 있고,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전기·가스 관련 요금으로 인상 압력이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미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수입산 가격 인상 등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올랐다. 원재료 부담이 가공식품 가격에 추가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수입 에너지 가격 상승은 도시가스·난방비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계형 지출 비중이 높은 계층일수록 공공요금 추가 인상이 곧바로 실질 소득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분간 고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일자리 여건까지 악화한 계층이 문제”라며 “소득 하위층, 특히 차상위계층을 중심으로 정부가 생계비와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