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간 굳건하게 버텨왔는데”… 절체절명의 위기에 ‘결국’

한국 철강산업 위기의 신호탄
동국제강 인천공장 한 달간 가동 중단
건설불황과 전기료 부담 ‘이중고’
동국제강
동국제강 공장 가동 중단 / 출처: 연합뉴스

71년 역사의 동국제강이 인천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건설 경기 침체와 전기료 인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국내 대표 철강기업이 결국 생산 중단이라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철강업계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동국제강의 이번 조치는 한국 철강산업의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철강산업 핵심 거점의 충격적 셧다운

동국제강은 26일 공시를 통해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인천공장의 압연공장과 제강공장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동국제강 공장 가동 중단 / 출처: 연합뉴스

이 공장은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담당하는 핵심 시설로, 전기로 2기와 압연라인 2기를 갖춘 국내 최대 철근 생산지다.

연간 국내 철근 생산량 약 1,300만 톤 중 220만 톤을 생산하며 국내 철강 공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약 20만 톤의 공급 감소가 예상되지만, 회사 측은 사전 계약 물량에 대해서는 보유 재고를 활용해 차질 없이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 대응책이 장기화된 철강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설불황과 전기료 인상의 이중고

동국제강
동국제강 공장 가동 중단 / 출처: 연합뉴스

이번 조치의 근본 원인은 ‘공급과잉 해소’에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만성적인 철근 공급 과잉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침체가 2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가동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건설업 불황으로 인한 전방산업 수요 감소로 작년에는 공장 가동률을 60%로 낮췄고, 올해 초에는 50%까지 추가 하향했다”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한 달간 가동률을 0%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절기 산업용 전기료 할증과 원료 가격 상승이라는 원가 부담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했으며, 이는 전기로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철강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전기요금 상승으로 뿌리 기업 위기
동국제강 공장 가동 중단 / 출처: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전력 소비가 많은 7~8월 전기요금 피크 시즌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철강업계 전반의 위기 신호

동국제강의 충격적인 결정은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철강업계 전반의 위기를 반영한다.

올해 1분기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1.9% 감소했으며, 매출은 7,255억 원으로 21.8% 줄었고, 순이익은 245억 원으로 91.6%나 급감했다.

현대제철은 이미 지난 4월 한 달간 인천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주요 공장 가동률도 평상시보다 크게 낮춘 상태다.

동국제강
동국제강 공장 가동 중단 / 출처: 뉴스1

포스코 역시 작년 7월 포항의 1제강공장을, 11월에는 1선재공장을 잇따라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8월 시장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공급 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단 기간 연장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와 중국산 철강재와의 가격 경쟁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한 철강업계의 위기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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