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도입부에 영향을 줄 핵심 기준들
38년 묵은 숫자가 바뀌며 달라지는 현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차는 40대밖에 굴리지 못하는데, 기준은 50대라서 할 수 없이 멈춰 있는 차를 더 사야 했죠.”
전국 택시회사들이 지켜야 했던 이 ‘50대 기준’이 드디어 바뀐다. 정부는 법인택시가 무조건 일정 수 이상의 차량을 보유해야 하는 의무와, 차고지 면적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1987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이 두 가지 규정은 현장의 발목을 잡아 온 대표적인 부담 요소였다.
50대→30대로… ‘기준 채우기용 택시’는 이제 필요 없다

그동안 서울과 부산의 법인택시 회사는 운영 차량이 50대 미만이면 아예 사업을 못 했다.
차량이 40대뿐이어도, 기준을 맞추기 위해 당장 쓸 일이 없는 10대를 더 들여와 등록해야 했고, 운행하지 않는 차량까지 보험료와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운영 여력과 상관없이 ‘기준 맞추기용’ 차량을 갖춰야 했던 셈이다.
이번 개정으로 서울·부산 기준은 50대에서 30대로, 광역시는 30대에서 20대로, 군 지역은 10대에서 5대로 낮아졌다.
이를 통해 실제 운행 가능한 차량만으로도 택시 면허를 유지할 수 있게 돼, 비용을 줄이고 현실에 맞는 규모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택시회사는 차량 수에 따라 일정한 면적의 차고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택시가 실제로는 야간에 외부에 주차되거나, 휴일에는 차고지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은 탓에 ‘차고지 남는 땅’이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기존에는 시도지사가 기준 면적의 40%까지 줄여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이로써 매입·임차해야 했던 넓은 부지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인력은 줄고 차는 놀고… 현실 맞춘 제도 개선 시급
법인택시 업계는 지난 10년간 운전기사 수가 4만 명 넘게 줄어, 등록한 차량을 운행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

특히 서울에선 실제 보유한 택시의 절반 이상을 세우고 있는 회사들도 있으며, 군 지역은 대표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일도 흔하다.
이처럼 기사 부족에 따른 운행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사업자는 남는 차량을 억지로 등록하고, 넓은 차고지를 유지하느라 불필요한 비용을 떠안아야 했다.
이번 개정은 바로 이런 ‘유령차량 운영’의 악순환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물론 기준 완화만으로 택시업계의 인력난과 경영난이 단번에 해소되지는 않는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신규 기사에게 월 20만 원, 10년 이상 근속자에게 월 5만 원의 고용안정금을 지급하며 인력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한발 늦었지만 꼭 필요한 변화라는 평가다.
알반택시기사는그만두고다른일자리를찿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