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없는 세대’ 만드는 영국…한국은 37년 만에 ‘담배 정의’ 겨우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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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 규제 적용
이번주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 규제 적용 / 연합뉴스

매년 6만 4000명이 담배로 사망하는 영국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 평생 담배를 팔 수 없도록 하는 ‘담배·전자담배법’이 2026년 4월 20일 영국 상·하원에서 최종 합의됐다. 국왕 승인만 남긴 이 법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도 4월 24일부터 개정 담배사업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두 나라의 온도 차는 극명하다.

영국의 선택, ‘비흡연 세대’를 법으로 만든다

영국의 새 법은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에게 담배·전자담배·니코틴 제품 판매를 영구적으로 금지한다. 연령 제한을 어기고 판매하거나 대리 구매를 돕는 행위에는 200파운드(약 39만 8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금연구역 범위도 대폭 넓어진다. 어린이 탑승 차량, 놀이터, 학교 앞, 병원 인근이 새롭게 포함되며 전자담배도 규제 대상이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전역에 적용된다.

영국의 흡연은 매년 6만 4000명의 사망자와 40만 건의 입원을 유발하는 최대 공중보건 위협이다. 이번 법안은 뉴질랜드의 금연정책을 참고했지만, 뉴질랜드는 2024년 초 보수 연정 출범 이후 유사 정책을 폐지했다. 반면 몰디브는 2007년 이후 출생자의 흡연을 금지하는 법을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이다.

한국의 현실, 37년 만에 바꾼 ‘담배의 정의’

한국은 이번 개정 담배사업법을 통해 37년 만에 담배의 정의를 확대했다. 기존 ‘연초’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범위를 넓혀, 액상형 전자담배와 합성니코틴 제품도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전자담배도 담배입니다"…강서구, 단속 강화·금연클리닉 확대
전자담배도 담배입니다”…강서구, 단속 강화·금연클리닉 확대 / 뉴스1

금연구역 내 흡연 시 부과되는 과태료는 10만 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부터 담배 소매점과 제조업자·수입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가 시급한 배경은 수치에서 드러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성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현재사용률은 3.8%로, 해당 항목이 조사에 포함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일반담배 현재흡연율은 2013년 23.3%에서 2024년 15.9%로 줄었다. 일반담배는 줄었지만 전자담배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 “담뱃값 인상이 답”…정부는 ‘신중 모드’

전문가들은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와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지난해 대한금연학회지를 통해 “즉각적인 정책 개혁이 필요하며, 1순위는 담뱃값 인상”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궐련 1갑 가격은 4500원으로, 2015년 이후 10년간 인상이 없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담뱃값은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담뱃값이 10% 오르면 소비가 약 4% 감소하며, 인상 재원을 금연 규제에 재투자하면 감소 효과가 더 커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현재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국민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충분한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이 법으로 ‘비흡연 세대’를 설계하는 동안, 한국은 전자담배의 정의를 바로잡는 데만 37년이 걸렸다. 다음 단계 규제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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