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약품·화장품이
‘3대 수출 효자’로 다시 부상
미국 관세 변수는 여전히 부담

반도체와 의약품, 화장품이 나란히 수출 호조를 보이며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43억 달러(약 20조 원)로,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폭이며 26개월 연속 흑자 흐름도 이어갔다.
반도체·의약품·화장품 날자, 수출이 다시 뛴다
이번 기록적인 흑자의 중심에는 다시 반도체가 있었다. 최근 AI 산업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실제로 DDR5와 HBM 같은 고사양 제품들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6월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1.3% 뛰었고, 컴퓨터 주변기기와 함께 IT 분야 수출은 4.7% 증가했다.
IT 외 품목 중에서는 의약품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바이오의약품과 백신이 주도한 의약품 수출은 51.8%나 증가했으며, 상반기 누적으로 53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해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화장품도 선전했다. 기초화장용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 홍콩, 폴란드 등에서 수요가 늘면서 55억 달러 이상이 수출됐다.
의약품과 화장품을 포함한 보건산업 전체 수출액은 상반기 기준 137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3.2%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 관세 변수, 긴장 늦추면 안 된다”

눈여겨볼 점은 수출만이 아니라 배당소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배당소득이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법인이나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국내로 송금받는 수익을 말한다. 쉽게 말해 해외에서 ‘지분투자’해 둔 곳으로부터 받는 ‘이윤 배당’이다.
6월에는 이 배당소득이 34억 4000만 달러에 달해, 전월보다 무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41억 6000만 달러까지 확대되며, 경상수지 전반을 밀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 “미국 관세 시행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선제 수요와 AI 확산이 맞물려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도체와 의약품은 한미 무역합의 덕분에 당분간 최혜국 대우를 받을 수 있어 급격한 경쟁력 저하 우려는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동차·철강 분야에서는 미국의 관세 강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하반기 들어서는 그 여파가 더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국 수출의 힘은 살아있지만, 관세 정책 같은 외부 변수에 따라 언제든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기업들은 AI와 바이오 등 유망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