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지브리 그림 이용자 5억 명 돌파
창작자들 저작권 침해 우려 목소리
AI 학습 데이터 공개 요구 커져
“좋아하는 사진을 영화 한 장면으로 만들 수 있어요.”, “내가 그린 그림을 학습해서 복제한다면 더 이상 창작에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챗GPT의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이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며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창작자들의 저작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AI와 창작 세계의 새로운 충돌이 시작됐다.
지브리 열풍에 전 세계 5억 명 사용자 돌파
3일 IT 업계에 따르면 챗GPT는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 사용자 수가 지난달 말 기준 5억 명을 돌파했다.
이는 2022년 11월 출시 이후 2년 4개월 만이며, 지난해 말 3억 5천만 명에서 3개월 만에 30% 이상 급증한 수치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27일 기준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125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열풍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자신의 X(옛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백악관 공식 X 계정까지 이 유행에 동참하며 현상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이 기능은 유료 사용자만 이용 가능해 구독자(월 20~200달러)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AI와 저작권, 법적 논란 가중
폭발적 인기와 함께 저작권 침해 논란도 심화되고 있다. 창작자들은 AI가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하고 모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들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창작 활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창작 생태계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개인 창작자들은 대형 스튜디오보다 법적 대응력이 약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법적 논쟁의 중심에는 복잡한 쟁점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법원은 화풍이나 스타일 자체는 아이디어 영역으로 간주해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AI 기업이 모델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이 있는 작품들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면, 이는 저작권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의견도 양분되어 있다. 오성환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변호사는 “지브리 특유의 색감, 선, 인물 비율, 배경 스타일 등은 ‘창작성이 있는 표현’의 결합체로 간주할 수 있다”며 저작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재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일본 문화청 보고서를 인용하며 화풍 자체는 보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학습 데이터 공개해야” vs “비용 부담 커”
이런 논란 속에서 창작자들은 AI 기업들이 어떤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AI기본법 제정 당시에도 학습 데이터 목록 공개 조항이 논의됐으나, 최종 법안에서는 제외됐다.
정향미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AI가 저작권을 제대로 지켜서 학습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창작자들은 굉장히 의심을 많이 하고 있다”며 데이터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AI 업계는 데이터 공개와 저작권 비용에 대한 부담을 호소한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책 한 권을 구매하면 3만 원인데, AI 데이터 학습을 위해 활용하면 100만 원”이라며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갈등 해소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달 19일 ‘2025 인공지능(AI)-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발족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에 비해 법과 제도는 한 걸음 뒤처져 있어, 창작자와 AI 기업 간 긴장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