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 2위도 ‘초비상’…생존 위해 “결국 둘이 손잡았다”

50년 경쟁 끝에 결국 ‘한 배’
트럼프 관세가 만든 철강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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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협력 / 출처 : 연합뉴스

“적도 때론 같은 배를 탈 수밖에 없다.”

국내 철강 1, 2위 기업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마침내 손을 맞잡았다.

50년 넘게 경쟁만 벌이던 이들이 협력에 나선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라는 ‘외부 변수’가 있었다.

21일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로 제철소 건설과 이차전지 협력 등 공동 생존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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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협력 / 출처 : 연합뉴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는 제철소에 포스코가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합작 제철소는 자동차용 강판 중심으로 연간 270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무역장벽을 피하려는 양측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트럼프발 철강 관세…숙적을 동업자로 만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수입국 전반에 대한 고율 관세를 추진 중이며,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유예 종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포스코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가 시급해졌다. 현대제철은 막대한 투자 비용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했기에 파트너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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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협력 / 출처 : 뉴스1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관세 카드가 결국 국내 최대 경쟁자들의 협력을 이끌어낸 셈”이라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동업자로 나선 것은 철강 업계뿐 아니라 한국 산업계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오랜 기간 경쟁자였다. 1970년대부터 공급자와 고객으로 출발했지만, 2000년대 들어 현대차그룹이 자체 철강 생산에 나서며 갈등이 고조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철강 업계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중국의 공급 과잉, 건설 경기 부진, 탄소중립 요구 등으로 수익성이 급락했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38.5%, 60.6%나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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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협력 /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단기적 생존을 넘어,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는 전략적 결단이라고 본다.

‘방어 모드’ 들어간 철강 업계

한편 철강 업계는 최근 철근과 형강 등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5월부터 철근 기준 가격을 톤당 3만 원 인상할 계획이며, 형강 가격도 5만 원 인상된다.

이는 재고 감소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예비 판정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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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협력 / 출처 : 뉴스1

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 수출 감소가 지속되면 감산과 가격 인상만으로는 실적 회복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포스코-현대제철 협력은 그만큼 산업 전반이 위기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환한 두 공룡의 선택이 한국 철강 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에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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