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6일 오후 7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에서 시스템 오류로 비트코인 2000개씩을 지급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249명의 이용자가 평균 1900억원대 자산가로 등극했다. 총 오지급 규모는 62만개, 원화로 환산하면 약 6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거래소 사고였다.
40대 A씨는 “이벤트 혜택 지급” 안내 문자를 받고 계좌를 확인하다가 경악했다. 2000원이 아닌 비트코인 2000개, 원화로 약 1900억원이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A씨는 실제 거래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대 거래량인 50개를 매도했고, 체결과 동시에 46억원의 현금이 생겼다. 하지만 출금을 시도하자 곧바로 계좌가 정지됐다.
35분간의 혼돈… 8천만원대 급락 후 회복
빗썸의 오지급 사고는 단순한 숫자 착오가 아니었다. 직원이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할 때 통화 단위를 ‘KRW(원)’가 아닌 ‘BTC(비트코인)’로 잘못 입력하면서 발생한 시스템 결함이었다. 장부상 거래만으로 수십조원대 자산을 순간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지급을 받은 일부 이용자들이 즉시 시장에 매도를 시도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0% 이상 급락했다. 오후 7시 30분경 빗썸 시세는 8,111만원까지 수직 낙하했으며, 정상 시세인 9,800만원 선에서 1,700만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다행히 5분 내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스탑로스를 설정해둔 일반 투자자들의 자산이 저가에 매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빗썸은 사고 발생 35분 만에 거래와 출금을 전면 차단했고, 현재까지 618,212개(99.7%)를 회수했다. 나머지 1,788개(약 1,600억원)는 회수가 불가능해 회사 보유 자산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장부 숫자만 바뀐다”… 60조 사고가 드러낸 시스템 구멍
금융감독원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2월 7일 긴급 대응 회의를 소집하고 빗썸에 현장 점검반을 급파했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은 빗썸 이재원 대표를 소환해 강도 높은 질책과 함께 소비자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빗썸이 공식 발표한 고객 손실액은 약 10억원 내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분석한다. 실제 자산 이동 없이 장부상 숫자만 변동하는 시스템 구조에서, 단순 입력 실수가 60조원대 사고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와 함께 규제 당국의 실질적인 감독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빗썸은 피해자 전담반을 설치하고 고객 자산 정합성을 100%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