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12만 60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비트코인이 40% 넘게 급락한 가운데, 예측시장 투자자들은 추가 하락에 베팅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가보다 11% 더 낮은 6만 5000달러까지 떨어질 확률을 82%로 보는 등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2026년 2월 5일 현재 비트코인은 7만 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과 3개월여 만에 5만 달러 이상 가격이 무너지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근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을 끌어올렸던 상승 모멘텀과 헤지 자산이라는 서사가 한꺼번에 힘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월 4조달러 이상에서 현재 2조5000억달러로 축소됐다. ETF 자금 유출과 거시 변수와의 상관관계 붕괴가 의구심을 키우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실시간 비관론이 예측시장에 그대로 반영되는 양상이다.
예측시장, “연말 5만5000달러 이하” 확률 60%
탈중앙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 계약 가격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해 비트코인이 6만 5000달러까지 하락할 확률을 82%로 보고 있다. 더 비관적인 베팅도 적지 않다. 연말에 5만 5000달러 아래에서 마감할 가능성은 약 60%까지 올라왔다.
반면 비트코인이 10만 달러까지 반등할 확률은 연초 80%에서 54%로 크게 낮아졌다. 단기 계약에서는 약세 기울기가 더욱 뚜렷하다. 폴리마켓의 한 2월물 시장은 비트코인이 3월1일까지 7만 달러 아래에서 거래될 확률을 72%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이달 초보다 35%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마렉스(Marex)의 일란 솔롯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예측시장 상황은 현재 시장의 약세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한 점 등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TF 자금 유출과 ‘지지대’ 붕괴
시장 분위기 악화의 핵심 원인은 ETF 자금 이탈이다. 블룸버그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ETF는 최근 3개월간 약 40억 달러 가까운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백억달러가 비트코인 ETF로 유입되며 가격을 떠받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씨티그룹 알렉스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현물 ETF로의 자금 흐름이 눈에 띄게 둔화됐는데, 이는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새로운 돈의 주요 원천”이라며 “이 같은 신규 수요 부진은 장기 보유자들이 비트코인의 경기순환적 약세를 우려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판테라캐피털(Pantera Capital) 댄 모어헤드 창업주는 “하락장은 레버리지를 쓴 사람들에게 매우 잔혹하다”며 “지난해 10월10일에 붕괴된 자금 규모는 2022년 11월의 이전 급락 때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고통이 크고, 그런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만큼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월가와 예측시장의 엇갈린 전망
예측시장의 비관론은 월가 일부 강세론자들의 전망과 정면 배치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이자 핀테크 인플루언서인 톰 리는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이 15만~20만 달러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스탠다드차타드와 번스타인은 목표치를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랠리를 기대하고 있다. 두 곳 모두 비트코인이 연말까지 15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예측시장에서 약 170만 달러 규모의 베팅 자금이 하락 시나리오에 걸려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실질적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ETF 자금 흐름, 거시경제 변수와의 상관관계, 장기 보유자들의 심리 변화 등이 향후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