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시작된 거래
1만 비트코인이 수억 배 성장
기관 투자자들 대거 유입

15년 전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거래가 15년 만에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피자 두 판을 사기 위해 지불한 1만 비트코인이 현재 1조 5천억 원이 넘는 가치로 변모한 것이다.
세계 첫 비트코인 실물 거래의 탄생
미국 플로리다주의 프로그래머 라스즐러 핸예츠는 지난 2010년 5월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특별한 제안을 올렸다.
비트코인으로 실제 물건 구매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던 그는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2판을 구입하고 싶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기발한 제안에 한 네티즌이 응답했다. 현금으로 피자를 주문해 핸예츠에게 배달한 후 1만 비트코인을 받았다. 비트코인 역사상 최초의 실물 결제 사례가 이렇게 탄생했다.
당시 1만 비트코인의 가치는 40달러, 한화로 약 5만 5천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2일 기준 동일한 수량의 비트코인은 무려 1조 5479억 원에 달한다.
만약 그 네티즌이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했다면 자산이 수억 배나 불어난 셈이다.
4개월 만의 신고가 경신

이처럼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온 비트코인이 최근 또다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23일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11만 달러를 돌파하며 1월 20일 이후 4개월 만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3개월간 휴전 모드에 돌입하면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법’이 미 상원을 사실상 통과하는 등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불확실성 해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기관투자자들이었다.

영국 투자관리사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발표에 따르면, 21일 기준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는 6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애널리스트 윌리 우는 엑스를 통해 “지금까지 비트코인으로 이렇게 자금이 순조롭게 흘러들어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적립식 투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제치고 세계 5대 자산 등극
이런 기관 자금 유입의 결과는 즉시 나타났다. 비트코인이 아마존까지 제치며 시가총액 기준 세계 5대 자산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시총 규모는 약 2조 2000억 달러(약 3036조 원)로, 2조 1350억 달러(약 2947조 원)인 아마존을 넘어섰다.

금,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에 이은 5위다. 이런 흐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JP모건의 비트코인 도입이다.
JP모건은 19일 고객들의 비트코인 구매를 허용한다고 발표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는 그동안 비트코인과 관련해 자금세탁 등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흡연할 권리는 지지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할 권리도 지지한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라이언 리 비트겟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인데스크에 “미국 최대 은행이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비트코인 위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며 “다른 전통 금융기관들도 비트코인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 정 프레스토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승장은 개인 투기가 아닌 기관 및 장기 자본이 주도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들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올해 최대 21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