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은에서 융통한 돈 “이렇게 많았다니”… 나라 곳간에 쏠리는 눈

1~4월엔 역대 최대치 찍더니
5월엔 흔적 없이 사라진 ‘그 돈’
선거 앞두고 차입 0원…이례적 침묵
통장
한국은행 일시대출 / 출처 : 연합뉴스

“1~4월엔 그렇게 빌리더니, 5월엔 한 푼도 안 썼다고?”

최근 국회에 제출된 한국은행 자료를 접한 사람들이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한 달, 정부는 한은에 단 한 푼도 손을 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직전까진 상황이 달랐다.

정부는 4개월 동안 70조 원 넘는 자금을 한국은행에서 일시 차입했다. 개인으로 치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거의 다 써놓고, 갑자기 카드값까지 깔끔히 갚은 셈이다.

한은에서 70조 차입, 5월 들어 갑자기 상환

통장
한국은행 일시대출 /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4월 동안 정부는 총 70조 7천억 원을 일시적으로 차입했다.

월별로 보면 1월 5조 7천억, 2월 1조 5천억, 3월에만 무려 40조 5천억, 4월 23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제도는 정부가 세입과 세출 간 시차로 생기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채우기 위해 쓰는 방식으로, 사실상 국가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일시대출 한도는 최대 50조 원이지만, 올해 들어선 그 이상을 쓴 셈이다.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1분기에만 이자로 445억 원 넘게 나갔다.

통장
한국은행 일시대출 /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5월, 갑자기 정부는 한은에서 단 한 푼도 빌리지 않았다. 지난 4월 말까지 남아 있던 55조 원가량의 대출금도 모두 상환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대선 전 마지막 한 달 동안 정부의 한은 차입 잔액은 0원이 됐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 재정 집행이 멈춘 상태였고, 이에 따라 긴급 자금 차입 필요성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예산 방향이나 정책 기조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거나 다시 빚을 내기엔 정치적으로도 조심스러웠다는 뜻이다.

결국 5월 한 달 동안 정부는 한국은행에 단 한 푼도 빌리지 않았고, 4월 말까지 남아 있던 기존 대출금까지 모두 갚아 대출 잔액은 ‘0원’이 됐다.

‘빚내 쓴 돈’,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통장
한국은행 일시대출 /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고 정부의 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현재 세금 수입은 계속 부족한 상황이고, 신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흐름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만약 재정을 크게 집행한다면, 다시 한국은행에 손을 벌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빚을 내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전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긴급 대출’이 앞으로 또 다시 살아날지, 그때의 돈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일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