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이상신호
감정가 넘어서는 낙찰가 속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회피 목적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감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낙찰 사례가 속출하며 3년 만에 최고 수준의 매각가율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매물 부족이나 가격 상승 기대감을 넘어 특별한 계산법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 아파트 경매, 감정가 넘는 ‘이례적 낙찰’ 속출
9일 직방이 법원경매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6.5%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6월(103.0%)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마포구는 113.7%의 매각가율을 기록했으며, 성동구(108.5%), 중구(108.4%), 영등포구(107.2%), 강남구(103.4%), 광진구(103.0%) 등 여러 지역에서 감정가를 초과하는 낙찰 사례가 발생했다.
경매에서는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는 그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의 틈새를 노리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전용 197㎡)는 7명이 입찰해 감정가 72억 원보다 20억 원 이상 높은 93억 7000만 원(낙찰가율 130.1%)에 낙찰됐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41㎡)는 감정가 16억 원보다 4억 원 이상 높은 20억 6000만 원(낙찰가율 128.5%)에, 논현동 논현신동아파밀리에(전용 114㎡)는 감정가 20억 5000만 원보다 5억 원 높은 25억 3000만 원(낙찰가율 123.4%)에 각각 거래됐다.
이러한 현상은 토허구역 규제를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토허구역에서는 일반 매매 시 실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되지만, 경매로 매입할 경우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경매 참여와 낙찰의 불균형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낙찰가율이 높아도 실제 낙찰로 이어지는 비율(매각률)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5월 서울의 평균 매각률은 40.0%에 그쳤다. 10건 중 6건은 유찰된 셈이다.
마포구는 매각가율이 113.7%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지만, 매각률은 14.8%에 불과했다. 용산구(14.3%), 송파구(16.7%) 등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반면 강남구는 66.7%, 종로구는 100%의 매각률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응찰이 고르게 분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 동향을 보면 토허구역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며 “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인하, 공급 부족 문제 등을 고려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은석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매각가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경쟁이 치열하거나 투자 가치가 높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매각률이 낮고 일부 매물에만 높은 낙찰가가 형성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보다 선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규제 회피와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려 특정 지역과 매물에 수요가 집중되는 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 지표보다 중장기적인 시장 흐름과 개별 매물의 실질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