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감 데이터 “우리도 달라”…국내 기업도 아닌데 집요한 요청, 왜?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 우려 커져
트럼프 행정부 “비관세 장벽” 지적
빅테크 요청에 정부 결정 주목
애플
구글 애플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 출처: 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지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둘러싸고 정부의 결정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 빅테크 기업들의 한국 지도 시장 공략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요청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애플
구글 애플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 출처: 연합뉴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6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 5천 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이다.

차선, 교통표지, 경사도 등을 정확히 표현한 지도는 자율주행차 안전성과 직결되며, 증강현실 기술과 결합해 관광, 게임, 교육 분야에서도 현실감 높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활용 가능성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글 삼성 스마트 안경 개발 협력
구글 애플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 출처: 연합뉴스

빅테크의 집요한 지도 데이터 요청

구글은 이미 2007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했으나, 정부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모두 불허했다.

현재 구글지도는 2만5천 대 1 축적의 공개 지도와 항공사진을 결합해 서비스 중이며, SK텔레콤에서 받은 주요 위치 정보만 활용 중이다.

이로 인해 구글지도는 네이버나 카카오맵과 달리 길찾기 등 핵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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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플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 출처: 연합뉴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도 문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 이번에는 반출 승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 vs 기술 혁신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이 군사기지, 보안 시설 등 국가 중요 시설의 위치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정현 서울여대 교수는 “현대전은 드론 공격이 활발해 구글이 요구한 지도 정보 제공 시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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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플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 출처: 연합뉴스

또한 해외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는 데이터 주권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지도 서비스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반면, 구글지도 서비스가 개선되면 외국인 관광객 편의성이 높아져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구글의 기술력에 국내 데이터가 결합하면 오히려 연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세대 김득갑·박장호 객원교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지도 기반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데이터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 국내 지도 앱 점유율은 네이버지도 70.09%, 티맵 38.07%, 카카오맵 30.39%, 구글지도 22.39% 순으로,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 출처: 연합뉴스

애플은 구글과 달리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으며, 블러, 위장, 저해상도 처리 등 보안 관련 정부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와 산업 보호, 그리고 기술 혁신 사이에서 정부의 판단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과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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