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와 달리, 통계는 정반대를 보여준다. 2026년 2월 2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AI 고노출 직업의 청년 고용 변화율은 오히려 1.2%포인트 상승했다. 회계·경리, 상담원 등 일부 직무에서 감소 추세가 관찰됐지만, 회귀분석 결과 생성형 AI가 고용을 줄였다는 유의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천경록 경제분석관이 보고서 말미에 남긴 한 문장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1월에는 AI 고노출 직업 비중이 높은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고용이 이례적으로 감소했는데, 이번 보고서는 작년까지만 분석 대상이다.” 실제로 2026년 1월 이 분야 취업자는 1년 전 148만 6천명에서 138만 9천명으로 9만 8천명 급감하며 2013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통계의 역설: 고용은 늘었는데 채용은 줄었다
보고서는 2022년 11월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를 분석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에서 청년 고용 변화율이 1.2%포인트, 35~49세는 0.66%포인트, 50세 이상은 1.4%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컴퓨터 시스템·소프트웨어 전문가, 금융·보험 전문가 등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채용 데이터는 다른 신호를 보낸다. 챗GPT 출시 이후 텔레마케터와 회계·경리 사무원의 신규 채용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금융·보험 사무원과 전문가, 작가·통번역가는 채용이 증가했지만, 이 역시 생성형 AI와의 인과관계는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괴리를 “기업들이 AI 도입 시 기존 숙련 인력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높이면서 신규 채용 규모를 축소하는 대체 효과”로 해석한다.
2026년 1월, ‘이례적 감소’가 시사하는 것
보고서가 분석하지 못한 2026년 1월 통계는 더욱 심각하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가 9만 8천명 감소한 것은 단순한 계절적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통계청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감소가 두드러졌다”며 AI 도입 확산의 영향을 언급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도 43.6%로 2021년 이후 1월 기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직 포기 현상이다. 은둔형 청년이 급증해 2024년 기준 연간 약 5조 3천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한경협 경제본부장 이상호는 “취업난과 관계 단절이 겹치며 청년의 고립·은둔이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쉬었음→고립→은둔’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끊기 위한 체계적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친화적 AI”로의 경로 전환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기술의 영향이 필연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대체 위험군”은 17%에서 10%로 축소되고, “AI 수혜군”은 31%에서 35%로 증가한다. 그는 “단순한 비용 절감 중심의 ‘노동 절감형 AI’가 아니라 인간의 업무를 보완하고 새 노동 수요를 창출하는 ‘노동친화적 AI’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9천 2백만 개의 일자리 감소를 예상하지만, 동시에 1억 7천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전망해 순증 7천 8백만 개의 일자리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노동시장 참가자 100만명 이상에게 AI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지역별 중소기업 AI 훈련확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청년층이 업무를 통해 숙련을 쌓을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AI 수혜 직군조차 청년층 신규 채용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30대 중반 이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충격을 보이고 있다. 천경록 분석관은 “생성형 AI의 고용 영향을 단정하기에는 이르고, 후속 연구를 통해 청년 고용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계가 보여주지 못한 2026년 1월의 ‘이례적 감소’가, 앞으로 펼쳐질 노동시장 변화의 신호탄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