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억대 연봉을 받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미국 기술 분야 인력들이 이제는 구직난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IT 대기업들의 전략이 급변하면서, 기존 기술 분야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다.
닷컴 버블 버금가는 고용 충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주요 기술 분야 일자리가 고갈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닷컴에 따르면, 2020년 2월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직 채용 공고는 30% 이상 감소했다.
더불어 레이오프플라이는 올해 1월 이후 기술 기업들이 13만7천명의 인력을 해고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처음으로 나타나는 기술 분야의 대규모 고용 충격이다.
기업들은 무분별한 성장과 대형 프로젝트 대신, 수익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신규 채용을 줄이고, 채용팀을 축소하며, 가상현실과 같은 수익성이 낮은 분야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있다.
AI 인재는 여전히 매력적
반면, AI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다.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첨단 AI 시스템 구축을 위한 투자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AI 전문인력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인재로 부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동안 기술 기업들은 온라인 수요 급증으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제가 냉각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대형 기술 기업들조차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급여 서비스업체 ADP의 넬라 리처드슨 리서치 책임자는 “디지털 공간에서 이전만큼 혁신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인력으로 해결하던 문제를 기술로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직자들의 노력도 한층 치열해졌다. 이베이에서 해고된 30세의 마케팅 전문가는 뉴욕 맨해튼 가로등에 150장의 구직 전단을 붙이는 등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기술 분야에서 일해온 47세의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이번 불황은 이전과는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AI 혁명의 그림자 속에서 미국 IT 업계는 급격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기술 인재들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