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한국인의 풍족한 밥상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쌀이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쌀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선호하게 됐고, 식량자급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가 124.4로 전달 대비 3%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지수는 2014~2016년을 기준으로 삼아 식량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식량 가격은 두 달 연속 하락세였지만, 지난달 설탕, 유지류, 곡물 등 5대 식량 품목 모두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탕은 브라질의 가뭄과 화재, 인도의 수출 감소 가능성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10.4%나 급등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팜유, 대두유 등의 유지류 가격은 생산량 감소 전망에 따라 4.6% 상승했으며, 아시아 국가의 수입 수요 증가로 유제품 가격도 올랐다.
곡물 가격은 주요 수출국의 생산량 감소로 3% 상승했다. 특히 밀은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기후 문제로 수확이 지연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쌀은 인도에서 수확량이 증가하고 수출 제한이 풀리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식탁의 위기, 그 원인은?
국제 식량 가격 변동은 한국 농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국은 곡물 자급률이 20% 이하로 떨어져 주요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 시장의 가격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지난해 발표한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을 보면 3개년 평균 한국의 곡물 자급률 19.5%로, 세계 평균인 100.7%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밀, 옥수수 등은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농축산물 무역 적자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2021년 한국의 농축산물 무역 적자는 255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311억 달러로 급증했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국제 곡물 가격 변동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없는가?
전문가들은 식량 안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식량 수입원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곡물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의 전농(全農) 사례를 참고해 해외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안정적인 곡물 확보를 위해 해외 산지와의 장기 계약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입처만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김 원장은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해 안보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공급원보다 확실한 공급원이 더 중요하다”며, 미국이나 호주 등 식량이 풍부한 동맹국과의 식량 계약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쌀에만 의존하는 농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밀, 옥수수 같은 주요 곡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쌀 농가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식량 안보는 단순한 물가 상승 이상의 문제로,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전문가들은 해외 유통망 확보와 국내 농업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업자득
돈많으니까 실컷수입해드세요
국내쌀농업 다 팽개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