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에서 신규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중 절반가량이 대출 모집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맺고, 대출 상담과 신청서 접수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법인과 상담사를 의미한다.
이들이 유치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4월 처음으로 월간 10조 원을 돌파한 후, 7월과 8월 연속으로 11조 원대를 기록했다. 대출 건수도 5만 건에 가까워져 그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이 위탁 계약을 맺고 있는 대출 모집 법인 소속 상담사는 2,994명에 이르며, 각 은행은 최소 450명에서 많게는 700명 가까운 전속 상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부동산 시장에 촘촘히 자리 잡은 영업망을 통해, 지점에 묶인 은행원을 대신해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대출을 성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달에만 이들이 유치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4만4,430건에 달했으며, 상담사 한 명이 한 달에 평균 15건의 대출을 처리한 셈이다.
대출 1건에 0.3-0.4%의 모집 수수료 받아
특히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상담사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은행 지점의 대출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경우도 있다.
대출 모집 수수료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규 대출 잔액의 0.3~0.4% 수준으로 설정돼 있다.
예를 들어, 5억의 대출을 실행시키면 150만원에서 2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에서 대출 모집인들이 유치한 대출 금액이 11조4,942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지급된 수수료는 최소 345억 원에서 460억 원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대출 상담사를 인터넷으로 찾기도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체로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한 서울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는 “고객은 상담사를 통해 대출 조건을 빠르게 비교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중개사도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면서 계약을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 대출 상담사, 부동산 중개업자로 이어지는 ‘삼각 공생 구조’가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출 금액이 클수록 수수료가 늘어나는 구조상,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대출 모집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결국에는 소비자에게 높은 이자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연계된 대출 상담사들이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결국 이들이 전셋값과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