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직진 전략’ 흔들린다
토요타의 PHEV 전략 재조명
혼합 동력 확대, 다시 주목받는 이유

전기차 확대에 주력해왔던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최근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예상보다 느린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토요타가 고수해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중심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2024년 기준 미국 시장 내 PHEV 판매 비중이 2.4%에 불과한 토요타는 이를 2030년까지 2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올인 주춤, 다시 부각된 토요타 전략
토요타는 전기차 확산이 더딘 현실을 직시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한 분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5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크리스트 북미지역 사장은 “앞으로 몇 년간 라인업 전반에서 PHEV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며 “전기 모드 주행거리도 지속적으로 늘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토요타는 프리우스 프라임, RAV4 프라임 등 기존 PHEV 모델에 이어, 그랜드 하이랜더와 같은 대형 SUV에도 플러그인 옵션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량은 렉서스 TX 550h+와 플랫폼 및 파워트레인을 공유할 수 있으며 전기 모드로 최대 53km 주행이 가능하다.

반면, 경쟁사들은 전기차 전환 계획을 수정하거나 일부 프로젝트를 연기하는 실정이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PHEV·EV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으로 유연하게 대응 중이며 북미 시장에서의 하이브리드 기술 인지도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풀 라인업’ 전략에 집중하는 토요타
토요타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전동화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를 포함해 총 32종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 중이며 2025년 1분기 동안 11만 2608대를 판매해 전체 판매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PHEV, EV, 내연기관까지 모두 갖춘 전동화 라인업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데이비드 크리스트 부사장은 “베이스가 모두 로딩된 상태에서 점수를 낼 확률이 훨씬 높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PHEV 판매 확대와 함께 EV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업데이트된 RAV4 PHEV는 50마일(약 80km)의 전기 모드 주행거리를 제공하며 새로운 EV SUV ‘bZ’ 시리즈도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이 중 일부는 테슬라 슈퍼차저와 호환 가능한 NACS 포트를 지원한다. 2026년까지 소형 C-HR, 오프로드형 bZ Woodland SUV도 출시될 계획이다.
향후 토요타는 렉서스 브랜드를 포함해 2027년까지 총 7종의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중에는 RZ를 포함한 세단과 3열 SUV도 포함된다.
배터리 생산도 강화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운영을 시작하는 배터리 공장은 연간 30GWh 이상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약 80만대의 하이브리드, 15만대의 PHEV, 30만대의 EV에 필요한 규모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토요타는 아직 미국 내 EV 시장에서 GM, 포드, 현대 등 경쟁사에 뒤처져 있다.
2024년 기준 토요타의 미국 EV 판매량은 3만 대를 밑돌았으며 GM은 같은 해 1분기에만 3만 대를 판매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PHEV 회귀 흐름, 일본 완성차 전반으로 확산
토요타의 이 같은 전략은 일본 자동차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닛산과 혼다 역시 PHEV와 하이브리드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특히 닛산은 차세대 e-파워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너무 늦은 대응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YD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전기차 기술을 선보이며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토요타는 PHEV 시장에서 이미 다양한 모델을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유리한 입장이지만, 하이브리드나 PHEV 전략이 근본적인 EV 시장 확대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토요타 제품 부문 수석 부사장 쿠퍼 에릭슨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전기차는 현재로서는 판매량을 증가시키는 요소가 아니며 내부 판매를 잠식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이 시장은 매우 중요해질 것이고, 경쟁사에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이중 전략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