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유럽서 판매량 급감
머스크 정치 행보에 소비자 반감
중국차, 테슬라 공백 파고들며 성장세

한때 전기차 시장의 별이었던 테슬라가 유럽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사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강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테슬라, 유럽서 “충격적인 추락”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지난달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각각 36.83%, 63.9%의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에서도 각각 65.6%, 61% 줄었고 노르웨이에서도 1%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 기준으로도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프랑스와 스웨덴의 경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1분기 판매량이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 전기차 캠페인 단체 페어차지의 쿠엔틴 윌슨 설립자는 “잘 나가던 자동차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추락한 적은 없었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부른 역풍
테슬라의 판매 부진 뒤에는 CEO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모델 Y의 페이스리프트 버전 출시를 앞두고 기대를 모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떠오른 머스크가 유럽 내 극우 정당을 지원하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다.
심지어 최근 로마, 베를린, 스톡홀름 등 유럽 여러 도시에서는 테슬라 차량 수십 대가 불에 타고 전시장에서 차량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테슬라 소유자 클럽의 루카 델 보는 “당황스러운 일”이라며 “머스크가 기업인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당연히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 그룹 뉴 오토모티브의 벤 넬메스 대표는 “테슬라의 유럽 시장 내 부진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 개발 실패와 머스크의 정치 개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테슬라 공백을 파고드는 중국 업체들
한편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잃어가는 동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며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프랑스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테슬라의 1분기 시장 점유율은 1.63%로, 작년 동기 2.55%에서 하락한 반면,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3.19%로 상승했다. 테슬라가 물러난 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재빠르게 차지한 셈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 진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2020년 99만 대에서 2023년 491만 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442만 대를 기록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등극한 수치다.
여기에 더해 BYD는 지난해 1070억 달러(약 157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테슬라(977억 달러)를 처음으로 추월했고, 전기차 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의 세계 자동차 시장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중국 기업을 지목했다.
현재 약 20% 수준인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2030년에는 33%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중국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테슬라의 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채우면서, 자동차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