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르다?”… 해석이 ‘극과 극’, 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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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매각’ 두고 엇갈린 반응
전환과 철수 사이, 기업 전략의 온도차
설명은 르노, 침묵은 GM
한국지엠 철수
그랑 콜레오스(위), 트랙스 크로스오버(아래)/출처-르노코리아, 쉐보레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이 최근 나란히 국내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쪽은 ‘철수설’을, 다른 한쪽은 ‘미래차 전환’을 이야기했다. 같은 ‘매각’이라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갈리게 된 이유는 각 회사가 시장에 보여준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한국지엠, ‘효율화’ 내세운 일방적 폐쇄 통보

한국지엠은 최근 내년 2월까지 전국 9곳의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을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노동조합에 통보했다.

지난 10일 한국지엠 노조 안규백 지부장은 “경영진이 지난 7일 서비스센터 폐쇄를 구두로 일방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불과 한 달 전 구성된 서비스센터 활성화 태스크포스(TF)의 논의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GM 철수
한국GM 영등포 직영 서비스센터/출처-뉴스1

노사는 지난달 임단협 후속 조치로 TF를 구성하고, 서비스센터의 수익성 개선 방안을 협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부터 실무 협의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국지엠 측은 약 60억 원 수준의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기도 전에 폐쇄 방침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노조는 “명백한 노사 합의 파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재헌 한국지엠지부 사무노동실장은 “서비스센터 폐쇄를 포함해 군산공장과 부평2공장 폐쇄 등 일련의 조치들이 회사의 국내 기반을 흔들고 있다”며 철수 우려를 내비쳤다.

GM 중국산 부품 배제
GM/출처-연합뉴스

실제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단순한 효율화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지엠을 이끄는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2020년 필리핀 시장 철수를 주도했던 인물로, 당시에도 생산시설을 중단하고 판매와 서비스만 현지 파트너에 넘기는 전략적 철수를 추진한 전례가 있다.

르노코리아, ‘매각=전환’으로 신뢰 확보

반면 르노코리아는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 효율화를 미래차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명확히 제시하며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8월 경기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연구개발센터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부지를 약 2363억 원에 매각했다. 해당 부지는 르노그룹의 아시아 연구개발 거점으로, XM3, QM6, SM6 등 주요 모델의 개발을 주도해왔다.

르노코리아 연구소 부지 매각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출처-연합뉴스

회사는 이 매각 대금을 미래차 개발과 신규 설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부산공장은 이미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의 혼류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을 완료했다. 2027년까지 3종의 전동화 신차를 순차 출시할 계획도 공개된 상태다.

르노코리아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서를 제출하며 부산공장의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한 추가 설비 투자 계획도 내놨다. 이는 지난달 APEC CEO 서밋에서 니콜라 파리 사장이 직접 밝힌 내용으로, 그는 취임 직후부터 한국을 ‘전동화 허브’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르노코리아 측은 이번 부지 매각이 “미래차 중심의 연구개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부산공장을 새로운 연구개발 거점으로 재편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전략이 만든 신호의 차이

결과적으로 두 외국계 완성차 업체의 ‘매각’은 전혀 다른 시그널로 시장에 전달됐다.

르노코리아는 매각의 목적과 이후 투자 계획, 신차 일정 등 모든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반면, 한국지엠은 효율화라는 원론적인 설명 외에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는 매각과 동시에 신차 전략과 투자 계획을 공개하며 시장 신뢰를 얻었지만, 한국지엠은 철수 우려를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구조조정이라도 기업이 어떤 비전과 설명을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의 해석은 정반대로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
한국GM/출처-연합뉴스

기업의 자산 매각이 ‘전환’으로 받아들여질지, ‘철수’로 인식될지는 결국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전략의 유무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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