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 떠난 자리에 중국차 채워
우호국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
재진입은 현실적 전략 필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쟁 여파로 철수한 사이,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을 장악하며 점유율 60%를 넘어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1일 발표한 ‘러시아 자동차 산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은 흐름을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빠져나간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침투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은 98만 3천 대로 전년 대비 34.7% 증가했으며, 판매량은 183만 4천 대로 39.2% 늘어났다.
이 같은 생산·판매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 중국계 완성차 브랜드의 진출이 지목된다.
실제 중국의 대러 수출량은 2022년 15만 4천 대에서 2023년 117만 대로 7.6배나 폭증했다.
그 결과, 러시아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1년 8% 수준에서 올해 60.4%까지 뛰어올랐다.
한국차 복귀, 만만치 않은 과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3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업체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2년 내 재매입 가능한 바이백 옵션’을 포함시켜 재진출 여지를 남겨뒀다. 올해 12월까지가 이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다.
러시아 현지에선 현대차와 기아의 복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 전문가는 “서방의 제재가 해제되면 한국 브랜드가 가장 먼저 돌아올 것”이라며, “6개월 이내 재판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 정부는 중국 저가 차의 무분별한 유입을 경계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기술 이전 요구, 생산 내재화 규제 등 진입 장벽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전쟁 이전까지 한국 차의 주요 수출지이자 생산 거점이었다. 기아와 현대차는 당시 외국 브랜드 가운데 판매량 1·2위를 다투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시장은 ‘우호국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공급망의 중심축도 중국으로 넘어갔다.

KAMA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업계가 러시아 재진출을 추진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 정책 변화, 현지화 요구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규모 면에서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 구도와 정책 흐름을 감안할 때, 단순 복귀가 아닌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러시아 중국 시장은 누가 다 말아 먹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