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중견 3사가 2025년 혹독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G모빌리티(KGM)·한국GM·르노코리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1.5% 급감한 5639억 원에 그쳤고, 합산 매출도 20조 4328억 원으로 5.1% 뒷걸음질쳤다.
주목할 점은 ‘3사’라는 공통 분류 안에서 성적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사실이다. KGM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동안,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구조적 위기의 민낯을 드러냈다.
KGM, 브랜드 전환과 신차 공세로 3년 연속 흑자
KGM의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2.2% 증가한 4조 2433억 원으로 창사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5.8% 급증한 536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KG그룹 인수 이후 3년 연속 흑자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이 기간 KGM은 무쏘 EV, 토레스 하이브리드, 액티언 하이브리드 등 신차 3종을 국내외에 출시하며 친환경 라인업을 본격 확장했다.
수출 전선에서도 KGM은 두각을 나타냈다. 2025년 해외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7% 증가한 7만 286대로 2014년 이후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서유럽에서만 전년 대비 47.3% 급증한 2만 2496대를 판매했다.
KGM은 2024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작년 초 브랜드명을 ‘쌍용자동차’에서 ‘KGM’으로 바꾸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지난해 6월부터는 무쏘 EV와 토레스·액티언 하이브리드를 독일·스페인·노르웨이·이탈리아 등 유럽 핵심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GM, 미국 관세 25% 직격…영업익 64% 증발
한국GM의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9% 감소한 4897억 원에 머물렀다. 매출도 12조 6128억 원으로 12.3% 줄었다. 2023~2024년 두 해 연속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토막 수준이다.

결정적인 타격은 미국발 자동차 품목 관세였다. 2025년 4월 미국이 자동차 품목에 25% 관세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되던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격 경쟁력이 일순간 무너졌다.
실제로 미국 판매량은 2024년 41만 8000여 대에서 2025년 38만 8000여 대로 7.2% 감소했다. 미국은 2024년 기준 한국GM 전체 판매량의 83%를 차지한 절대적 시장이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트레일블레이저, 2023년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후 2년간 신차 출시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은 향후 경쟁력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 라인업 공백이 부른 ‘수출 절벽’
르노코리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5% 급감한 206억 원에 불과했고, 해외 판매량은 3만 5773대로 무려 46.7% 폭락했다.

핵심 원인은 수출 주력 모델의 잇따른 이탈이다. 유럽에 수출되던 중형 SUV QM6(수출명 콜레오스)가 2025년 단종되면서 약 8000대의 수출 물량이 사라졌다. 한때 유럽을 중심으로 연간 10만 대 가까이 팔리던 소형 SUV 아르카나도 출시 6년차인 2025년 판매량이 2만 7000여 대 수준으로 급격히 인기가 식었다.
QM6 후속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는 2025년 5월부터 중남미·중동 수출을 시작했으나, 가장 중요한 유럽 수출은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세닉 전기 SUV 999대 한정 수입도 라인업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3사의 2025년 실적은 ‘누가 신차를 준비했느냐’의 싸움이었다. KGM은 신차와 브랜드 전환으로 고성장을 견인한 반면,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외부 변수(관세·단종)와 내부 공백(신차 부재)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두 회사의 실적 반등은 결국 신차 투입 시점과 유럽·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의 라인업 재편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