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이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주최 ‘2026 대한민국 올해의 차’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하며 2016년 이후 10년간 지속된 독일 브랜드의 독주 체제를 무너뜨렸다. 프랑스 브랜드로서는 물론, 비독일 브랜드 전체를 통틀어 첫 수상이라는 점에서 한국 수입차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그랑 콜레오스가 ‘올해의 SUV’를 수상한 데 이어 2년 연속 주요 부문 수상으로 국산·수입 양 라인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했다.
독일 3사 아성, 왜 무너졌나
한국 수입차 시장은 BMW, 벤츠, 아우디로 대표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2016년 이후 ‘올해의 수입차’ 타이틀을 독점해왔다. 브랜드 헤리티지와 기술력, 마케팅 투자로 구축한 견고한 입지였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시대의 엔진 기술력이 배터리와 전력 제어 기술로 대체되면서, 전통적 강자들의 우위가 상대화된 것이다.
세닉 E-Tech는 LG에너지솔루션의 87kWh 고성능 NCM 배터리를 탑재해 산업부 인증 기준 최대 460km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준중형 전기 SUV 세그먼트에서 경쟁력 있는 수치다. 여기에 프랑스 소방당국과 공동 개발한 ‘파이어맨 액세스’ 특허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화재 대응 안전성을 강화한 점도 심사위원단의 주목을 받았다.
2024년 유럽 올해의 차(European Car of the Year) 수상 이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검증력을 뒷받침한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 국내 시장 재도약을 선언하며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부산공장 기반의 국산 모델(그랑 콜레오스, QM6 등)과 프랑스산 수입 모델(세닉, 라파엘 등)을 동시에 선보이는 제품 다변화다. 국산 모델로 가격 경쟁력과 지역 기여를 내세우는 동시에, 수입 모델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이번 세닉의 수상은 수입 판매 모델 라인업의 상품성까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전략 성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프랑스 전기차의 역습, 시작됐나
세닉의 성공은 르노 그룹의 전기차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르노는 일찍이 ‘메간 E-테크 100% 일렉트릭’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바 있다. 국내에서도 세닉을 필두로 향후 출시될 전기 라인업 확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독일 브랜드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 인지도와 충전 인프라 연계 서비스 부족이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세닉의 수상이 마케팅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려면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 강화와 중고차 잔존가치 관리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10년간 이어진 독일 독주 체제를 깬 르노 세닉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시장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2026년 한 해 판매 실적이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