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5일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충전 구역 주차 시간이 기존 14시간에서 7시간으로 절반 단축된다. 오후 7시 퇴근 후 충전을 시작하면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차량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간 초과 시에는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규제는 PHEV가 일반 전기차보다 배터리 용량이 작아 완충 시간이 짧다는 점에 착안해, 제한된 충전 구역의 회전율을 높이려는 취지다. 하지만 시행을 사흘 앞두고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청주의 한 아파트 주민은 “새벽 1~2시에 알람을 맞춰 차를 옮기는 일이 반복된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일반 전기차는 여전히 14시간 주차가 가능해 PHEV 소유주들의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단속 범위 5배 확대, 신고 건수 70% 급증
이번 규제의 또 다른 특징은 단속 대상 아파트가 기존 500세대 이상에서 100세대 이상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적용 범위가 5배 넓어지면서 중소형 아파트까지 규제망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충전 구역 불법 주차 신고는 전년 대비 70% 증가하는 등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1월 25일부터 공동주택 주차 면수의 2% 이상을 충전 시설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청주 기존 아파트의 40%는 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된 충전기마저 고장 상태로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경남 창원의 한 화물차 기사는 “충전소에 도착했는데 고장 표시가 있어 다른 곳을 찾아다니느라 시간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화재 위험과 인프라 부실, 안전망 부재
충전 인프라 부족과 함께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 16건 중 3분의 2가 주차 또는 충전 중 발생했다. 제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새벽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60~100명이 긴급 대피하고 16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차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됐으며, 주민들은 “지하 주차장은 대피 경로가 제한적이라 더 위험하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일부 운영 업체는 경영난으로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충전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였으며, 부산에서는 공유 전기차 사업 중단으로 3억 원을 들인 220V 충전 시설 14대가 3년째 방치되고 있다. 영등포구는 올해 예산 1억 원을 투입해 지하 충전시설의 지상 이전, 열화상 카메라, 화재 초기 진압용 소화기 설치 등을 추진 중이지만, 전국적 대응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 조정안 검토, 근본 해법은 인프라 확충
산업통상부는 시행을 앞두고 “야간 충전 시 새벽 출차 문제”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자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충전 시간 산정에서 제외하는 조정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실질적 주차 가능 시간은 최대 13시간이 돼 기존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전기차와 PHEV 운전자 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중속 충전기 확충으로 회전율을 높이고, 고장 난 충전기를 신속히 수리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화건설은 올해부터 하나의 충전기로 3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차세대 천장형 시스템 ‘EV 에어스테이션’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해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공간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적 진전이지만, 전국 단위로 확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규제 강화와 인프라 확충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PHEV 주차 시간을 7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회전율 상승을 전제로 한 조치지만, 현재는 설치 부족과 고장 방치, 화재 안전 미흡 등으로 이용자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충전 인프라 확대와 관리 체계 정비, 전기차 화재 대응 매뉴얼 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친환경차 전환 정책이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