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만족도는 최고, 고장은 최악
신뢰도 1위는 스바루, 미국 브랜드는 추락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자동차 브랜드 신뢰도 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 만족도는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실제 고장 빈도는 조사 대상 중 최하위를 기록한 브랜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소비자 평가 전문지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가 수십만 명의 차량 소유자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발표한 자동차 브랜드 신뢰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전기차·SUV 인기 속 고장 속출… 리비안 신뢰도 ‘최하’
컨슈머리포트가 30만 대 이상의 차량을 대상으로 신뢰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100점 만점에 14점을 받아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 픽업 R1T와 전기 SUV R1S에서 배터리, 전기장치, 충전장치 고장이 자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리비안의 고객 만족도는 86%로 전체 브랜드 중 가장 높았다. 평가를 총괄한 제이크 피셔는 “만족도와 신뢰도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비안 외에도 캐딜락(27점), GMC(33점), 지프(33점), 폭스바겐(34점) 등 미국과 독일의 주요 브랜드들이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캐딜락의 전기 SUV 리릭과 XT5, GMC의 시에라·유콘·캐니언, 지프의 그랜드 체로키와 랭글러, 폭스바겐의 티구안·ID.4·타오스에서 다양한 고장 사례가 보고됐다.
예컨대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1~2만 마일 주행 후 주요 부품이 고장난다”는 소비자 평가가 이어졌고, 폭스바겐 티구안은 5~6년 유지비가 약 96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리포트는 특히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각각 42%, 70% 더 많은 고장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첨단 기술 도입이 빠른 브랜드일수록 고장 빈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바루 ‘예상 밖 1위’… 토요타·렉서스 제쳐
반면, 일본 브랜드 스바루는 68점을 기록하며 전체 브랜드 중 신뢰도 1위에 올랐다.
이는 포레스터, 임프레자, 크로스트렉, 아웃백 등 주요 모델들이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데 따른 결과다. 단, 전기차 솔테라는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는데, 이 모델은 토요타 bZ4X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토요타는 총점 62점으로 3위, 렉서스는 65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토요타는 11개 모델 중 대부분이 평균 이상이었으나 bZ4X, 타코마, 툰드라 등의 낮은 점수가 전체 평균을 끌어내렸다.
혼다는 59점으로 4위, 아큐라는 5위에 올랐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기아가 51점으로 9위, 현대차는 50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다만, 중고차 신뢰도 항목에서는 각각 20위, 22위에 그치며 순위에 악영향을 받았다. 제네시스는 40점으로 14위에 머물렀다.
소비자 판단 기준 바뀐다… 개별 모델 신뢰도 중요성 부각
컨슈머리포트는 브랜드 순위 외에도 개별 모델의 고장 빈도와 품질 이슈를 분석해, 실제 차량 선택 시 모델별 분석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신기술을 채택한 신차에서 특히 고장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초기 품질 문제 비율이 높지만, 출시 후 2~3년이 지나면 안정화되는 경향도 포착됐다.
컨슈머리포트는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모델은 출시 직후보다 몇 년 후 구매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며 소비자의 관심은 ‘브랜드 이미지’보다 ‘실제 내구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만족도는 높지만 신뢰도는 최하위인 리비안의 사례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