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가 사상 최대 점유율을 경신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2026년 1월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3,628대로 집계되며 시장 점유율 64.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83% 급증한 수치로, 같은 기간 22.6% 점유율을 기록한 현대차와의 격차가 3배 가까이 벌어졌다. 특히 목적기반형차(PBV) ‘PV5’가 1,026대 판매로 월간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시장 판도를 재편했다.
전체 전기차 시장이 5,637대 판매로 전년 동월 대비 318% 성장한 가운데, 기아의 압도적 점유율은 상품 라인업 다각화와 공격적 가격 전략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관망세였던 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시장 회복 신호로 해석했다.
신차 라인업·가격 경쟁력 ‘투트랙’ 전략 주효
기아의 판매 급증은 세그먼트별 신차 투입과 금융 프로모션 강화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PV5는 물류·배송, 승합, 레저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전동화 플랫폼 기반 차량으로, 패신저·카고 외에 장애인 전용 WAV, 오픈 베드, 시트 제거형 도너 모델 등 용도별 변형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 저변을 확대했다. 지난해 4분기 투입된 소형 SUV EV3(737대)와 중형 SUV EV5(847대)는 각각 500대 이상 판매되었고, 준중형 해치백 EV4(396대)도 선전하며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가격 전략 역시 공격적이었다. 기아는 EV5와 EV6에 수백만 원 규모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고, 초저금리 할부와 잔가보장 유예형 할부 프로모션을 도입해 초기 구매 부담을 경감했다. 보조금 조기 확정도 연초 수요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통상 1월은 지자체 보조금 미확정으로 전기차 판매가 가장 위축되는 시기지만, 올해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 강화 기조와 맞물려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대형 SUV 부진·실용형 모델로 수요 이동
모델별 판매 명암은 뚜렷했다. 월 1,000대 이상 판매된 전기차는 PV5가 유일했고, 500대 이상 모델도 기아 EV5와 EV3에 불과해 시장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현대차 아이오닉9(224대)과 기아 EV9(40대) 등 대형 전기 SUV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장 5m 이상 대형 세그먼트보다 가격 부담이 적은 소형·준중형 차급과 실용성을 앞세운 PBV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314대), 아이오닉6(245대), 캐스퍼 전기차(194대) 등을 판매하며 1,275대를 기록했으나 전년 대비 258% 증가에 그쳤다. 상용 전기차 포터는 1,900% 급증했지만 절대 판매량은 120대로 미미했다. 르노코리아 세닉은 207대 판매로 전월 대비 44%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반기 회복세 지속 전망… 변수는 ‘가격·인프라’
업계는 올해 전기차 시장이 신차 투입과 가격 전략에 따라 점진적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는 셀토스, 텔루라이드 등 신차 판매 본격화와 전기차·하이브리드 SUV 중심 친환경차 확대를 통해 전년 대비 6.8% 판매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상반기에는 소형 전기 SUV와 상용·목적기반형 전기차 중심 수요가 이어지고, 하반기에는 완성차 업체들의 신형 및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본격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지만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정책 지속성,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 전기차 가격 안정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아의 64.4% 점유율은 단기 강세를 의미하지만, 시장 과도한 집중은 중장기 포화 위험을 내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