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수입 인기 모델 판매일 단축
중고차 수출 호조에 시세까지 상승
수출용 옵션 강조된 매물도 등장

국산과 수입 중고차 일부 모델이 유례없이 빠르게 팔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달 사이, 차량 평균 판매일이 눈에 띄게 짧아졌고, 시세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차 수출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엔카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부 인기 모델의 평균 판매일이 크게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판매일 ‘절반 이하’로 줄어든 인기 모델
엔카닷컴이 18일 공개한 자사 플랫폼 내 1~5월 중고차 거래 데이터를 보면, 국산 대형 SUV와 수입 프리미엄 세단 중심으로 판매 속도가 현저히 빨라졌다.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는 1월 평균 38.41일이던 판매일이 4월 20.30일, 5월 23.87일로 단축됐다. 현대 더 뉴 팰리세이드 역시 1월 55.40일에서 4월 36.03일, 5월 28.22일로 크게 줄었다.
BMW의 주요 모델들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5시리즈(G30)는 1월 57.68일에서 4월 23.30일, 5월 24.88일로 감소했고 X5(G05)는 같은 기간 42.49일에서 19.87일, 32.31일로 줄었다.
X6(G06)는 55.04일에서 22.58일, 32.85일로, X7(G07)는 57.27일에서 18.98일, 36.79일로 단축됐다. 벤츠 E-클래스(W213)도 1월 52.74일에서 5월 46.03일로 줄며 거래 속도가 개선됐다.
특히 4월은 전 모델이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인 시기로 기록됐다. 이후 5월 들어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빠른 거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수출시장 호황과 수요 변화가 원인
판매 속도 변화의 배경에는 중고차 수출시장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무역협회 무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중고차 수출량은 2021년 약 46만대에서 2024년 약 63만대로 37% 이상 늘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29만 6637대가 수출되며,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중고차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국내 거래 플랫폼에서도 수출을 염두에 둔 매물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팰리세이드나 BMW X5 등의 차량 설명에는 ‘Tax 100%’, ‘No Paint’, ‘2Keys’ 등 영문 키워드가 등장하며 수출 목적임을 암시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신차 시장의 대기 기간과 환율 불확실성 등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급성장한 수출 시장이 평균 판매일 단축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세 상승까지 이어진 중고차 인기
판매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부 모델의 시세 상승도 동반됐다. 2022년식 BMW X5(G05) xDrive 30d xLine의 6월 시세는 전월 대비 7.11% 올라 8099만 원을 기록했다. 약 540만 원이 한 달 만에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BMW 5시리즈(G30) 520i M 스포츠는 4.40% 상승한 4496만 원, 현대 더 뉴 팰리세이드 2.2 2WD 캘리그래피는 4.61% 오른 4168만 원으로 나타났다. 두 모델 모두 약 190만 원 내외의 시세 상승이 있었다.

업계는 수출 수요 외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대기 수요, 품질 관리 이력 등도 시세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국산 대형 SUV와 프리미엄 수입차 모델이 수출 시장에서 높은 선호를 보이며, 이 같은 변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