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모터 멈추고 SUV 공장 멈췄다
중국 희토류 통제에 車산업 ‘초비상’

“SUV 생산 라인이 멈췄고, 소형차 출고도 줄줄이 지연됐다.”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리면서 불안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타격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포드는 이미 ‘익스플로러’ 생산을 일주일 멈췄고 스즈키는 일본에서 ‘스위프트’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인 희토류를 틀어쥐면서 발생한 일이다.
희토류 막히자 SUV 공장도 멈췄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디스프로슘, 사마륨, 이트륨 등 희토류 7종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해당 광물은 대부분 자동차의 변속기, 전자 센서, 라이트 등 핵심 부품은 물론, 전기차 모터 제작에도 필수적이다. 이에 유럽 자동차부품협회는 수백 건의 수출 허가 신청을 했지만, 25%만 통과됐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업계도 백악관에 긴급 대응을 요청했고, 포드는 실제로 SUV 대표 차종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조치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벤츠와 BMW는 부품 재고 확보에 나섰고, 일본 스즈키는 아예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은 희토류 가공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현재 수출 허가 절차도 복잡해 수요 대비 승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한편, 희토류는 미국·중국 간 무역 갈등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속도와 맞물려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은 ‘잠시’ 비껴갔다…장기화 땐 위험
반면 한국은 당장 큰 타격은 피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용 디스프로슘 등의 공공 비축량이 6개월 이상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국은 희토류 수입이 비교적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처럼, 사태가 길어지면 완성차 생산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한국 일부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허가하면서 숨통을 틔웠지만, 전체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행정 인력 부족으로 허가 속도가 느려지고 있고, 수요 대비 공급 여력도 부족하다.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행보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재 활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대덕대 이호근 교수는 “중국이 자원 무기화를 계속할 경우, 업계는 고심 끝에 중국산 희토류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6개월 비축 이후가 더 큰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