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4번째 “공장 또 멈췄다”… 현대차에 무슨 일이

울산 전기차 생산라인 올해만 네 번째 중단
아이오닉5·코나EV 수출량 최대 65% 급감
대신증권, 실적 우려로 목표가 하향 조정

“공장은 멈추고 컨베이어 벨트만 공허하게 돌아갔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침체로 또다시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울산 1공장 12라인의 가동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생산라인, 올해만 네 번째 셧다운

이번 가동 중단은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월에 5일, 4월에 7일, 5월에 4일간 아이오닉5와 코나EV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12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생산 중단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한 주문량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현대차는 애초 생산량을 줄이는 ‘공피치’ 운영으로 위기를 넘기려 했으나, 전기차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또다시 라인 셧다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컨베이어 벨트만 돌아가는 상황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수출 감소, 글로벌 ‘전기차 캐즘’ 현실화

현대차 생산 중단의 근본 원인은 수출 시장의 급격한 위축에 있다.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들은 최근 해외 시장에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1~4월 아이오닉5의 수출량은 9,663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65%나 급감했다. 코나EV 역시 5,916대를 수출하는 데 그쳐 42%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러한 수출 부진은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와 미국의 수입차 관세 인상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달부터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대차의 수출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투자사도 경계음, 목표주가 하향 조정

이러한 시장 환경 악화는 투자사들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신증권은 23일 현대차에 대해 ‘매수’ 의견은 유지했으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4% 낮춘 27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 김귀연 연구원은 “대미 25% 관세 부과로 2025년과 2026년 영업이익이 각각 17%, 37% 하향 조정됐다”며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영향은 2025년에는 2조 4000억 원, 2026년에는 4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대차의 미래가 완전히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김 연구원은 “7월 한미 관세 협상, 9월 이벤트, 북미 팰리세이드 신모델 출시,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이 향후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긍정적 요소도 제시했다.

현재 현대차는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할인 프로모션을, 해외에서는 무이자 금융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며 판매 부진을 타개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실적 개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울산 1공장 12라인 노조 조합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을 위해 물량 확보와 신차 배정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