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인도 최고 공학 교육기관 7곳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전동화 분야 핵심 기술 확보에 본격 나섰다. 단순한 산학 협력을 넘어, 인도형 EV 솔루션 설계부터 AI 기반 에너지 플랫폼 구축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R&D 생태계를 인도 전역에 심겠다는 전략이다.
2018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친환경 이동 수단의 필요성을 직접 피력한 지 8년. 그 포석이 이제 구체적인 산학 협력 플랫폼과 3륜 전기차(E3W) 상용화 프로젝트로 현실화되고 있다.
IIT·VNIT·테즈푸르까지…산학 협력망 인도 전역으로
현대차·기아는 지난 5월 15일(현지 시각) IIT 하이데라바드, IIT 칸푸르, VNIT 나그푸르, 테즈푸르 대학교 등 4개 대학과 ‘현대 미래 모빌리티 혁신센터(현대 혁신센터)’ 참여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고 18일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4월 IIT 마드라스·델리·봄베이 3곳과 혁신센터를 출범한 데 이어, 1년 만에 참여 대학을 7곳으로 늘린 것이다.
1951년 설립된 IIT는 인도 전역 23개 캠퍼스를 운영하는 최고 수준의 공학 교육기관으로, 졸업생 다수가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완성차 업체에 진출한 엘리트 인재 허브다. VNIT 나그푸르는 EV 시스템·열관리·전력전자·충전 인프라 등 응용 연구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1994년 설립된 테즈푸르 대학교는 인도 중앙정부 소속 공립 종합대학으로 인도 동북부 연구 거점 역할을 한다.

39건 과제의 핵심, 현지 특화 배터리와 AI 기반 V2G
현대 혁신센터가 수행하는 산학 연구 과제는 총 39건이다. 배터리 및 전동화, 신소재 연구, AI 기반 V2G(차량-전력망 연계) 플랫폼 개발이 핵심 축이다. 특히 ‘인도 현지 특화 배터리 설계’는 이번 협력의 기술적 핵심으로 꼽힌다.
인도는 고온·먼지·열악한 도로 환경과 지역별 충전 인프라 격차가 크다. 한국·유럽용 배터리 팩과 열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열화·수명·안전성 저하가 우려된다. VNIT 나그푸르가 열관리와 전력전자 응용 연구에 특화된 기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차·기아는 인도 환경에 최적화된 셀 구조·BMS·냉각·충전 전략을 현지 연구진과 공동으로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AI 기반 V2G 플랫폼 개발도 주목할 대목이다. 인도는 지역별 전력 수급 편차가 크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그리드 안정성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3W·한국 초청 프로그램…인도 전략의 입체적 확장
현대차·기아는 오는 6월 7개 대학의 학장과 교수진을 한국으로 초청해 전동화 전략과 기술 비전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글로벌 석학과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e-콘퍼런스’와 인도 정부·산하 연구기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기술정책 간담회도 개최한다. 산학 협력을 정책 네트워크 선점으로까지 연결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인도 현지 업체 TVS 모터컴퍼니와 3륜 전기차(E3W) 개발·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E3W는 인도 서민층의 이동 수단이자 소규모 물류의 핵심인 오토릭샤의 전기차 버전으로, 대기 오염 해결과 저소득층 이동권 보장을 동시에 겨냥한 프로젝트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 인도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창환 현대차·기아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은 “마스터 계약은 미래를 향한 공동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설계부터 V2G 플랫폼, E3W 상용화까지 인도 전동화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려는 현대차·기아의 전략이 이제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