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가지만 바꿨을 뿐인데”… 현대차의 대담한 선택에 시장 ‘들썩’

현대차, 아이오닉 9에
테슬라 충전 방식 적용
현대차 아이오닉 9, 테슬라 NACS 적용
아이오닉 9/출처-현대차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조용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다. 충전 규격이라는 ‘작은 기술적 선택’이, 산업 판도를 흔들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테슬라의 전용 충전 시스템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자사 신차에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사실상 표준’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대차는 이 선택을 통해 테슬라가 선점한 충전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편입했고, 이는 단순한 충전 편의성 확보를 넘어 시장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시사한다.

테슬라와 손잡은 현대차, ‘아이오닉 9’에 NACS 포트 탑재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서 생산될 전기차 ‘2026년형 아이오닉 9’에 테슬라 충전 규격인 NACS 포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일 공장에서 출시한 ‘아이오닉 5’에 이어 두 번째 NACS 적용 사례다.

현대차 전기차 충전
아이오닉 9/출처-현대차

NACS는 테슬라의 급속 충전 네트워크인 ‘슈퍼차저’에 쓰이는 규격으로, 현재 미국 내 급속 충전기 중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결정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지배적 시스템을 자사 모델에 본격 도입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기존 복합충전표준(CCS) 방식으로 출시된 차량에 대해서도 테슬라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NACS 어댑터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해당 차량은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5 N’,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해치백’ 등 5종에 이른다.

현대차 전기차 충전
아이오닉 5 N/출처-현대차

충전 경쟁 대신 ‘기존 인프라 편입’

현대차의 NACS 채택은 충전 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사 충전망을 새롭게 구축하지 않고 기존의 테슬라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투자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대차뿐 아니라 같은 그룹의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이들 브랜드 전기차 역시 HMGMA에서 생산되며, NACS 방식 채택이 유력시된다.

이는 단일 모델을 넘어 그룹 전체가 북미 충전 생태계에 전략적으로 편입되는 그림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9, 테슬라 NACS 적용
아이오닉 9/출처-현대차

미국 내 인프라 전략은 외교적인 맥락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미국계 기업들이 한국 정부에 NACS 규격을 표준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한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테슬라 방식이 기술 표준을 넘어 글로벌 규제 환경에도 파급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NACS 이후는 ‘전력 공유’

충전 규격 통일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다음 전장은 ‘전력 공유 기술’로 넘어가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의 ‘사이버트럭’에 적용된 ‘파워셰어(Powershare)’ 기능을 다른 모델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3세대 모바일 커넥터도 해당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현대차 아이오닉 9, 테슬라 NACS 적용
아이오닉 9/출처-현대차

파워셰어는 차량의 배터리를 이용해 외부 전자기기나 가정, 다른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이와 유사한 기술은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9 등에 탑재된 V2L(Vehicle to Load) 기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전기차가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이동형 에너지 허브’로 진화하는 흐름은 산업 경쟁의 중심축이 충전 인프라에서 에너지 관리 기술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충전 방식 통일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1차 전쟁’이었다면, 향후에는 배터리 활용 기술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작은 변화가 만들어낸 전략적 전환점

현대자동차의 NACS 채택은 충전 방식이라는 기술적 세부사항에 불과해 보일 수 있지만, 그 파급력은 작지 않다.

현대차 전기차 충전
아이오닉 9/출처-현대차

테슬라라는 경쟁자의 인프라에 올라타는 과감한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충전 편의성과 비용 절감을, 장기적으로는 시장 내 존재감을 확대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충전 규격을 둘러싼 표준화 경쟁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략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으며 전력 공유 기술 등 미래 기술 도입 여부도 소비자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이 한 가지만 바꿨을 뿐인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이유다. 현대차는 작은 기술 선택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이는 새로운 경쟁 구도 속 전략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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