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폭탄, 생산 직격탄
‘비관세 재고’로 버텼지만 한계
국내 공장 가동률에도 빨간불 켜져

국내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로 전략 전환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기준 현대차·기아는 대미 수출을 급격히 줄이는 대신, 현지 재고 소진과 판매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 역시 동반 감소했으며 이는 부품업계와 고용 전반에 영향을 주는 등 산업 전반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發 관세 여파, 국내 생산에 직격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6월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자동차 총생산 규모는 35만 896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6.0% 줄어든 15만 7314대를, 기아는 3.8% 감소한 13만 4335대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생산 감소의 주요 원인은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비관세 재고를 활용하며 대미 수출 물량을 조절했다. 그 결과, 수출 부담은 줄였지만 국내 생산 축소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했다.
KAMA는 “5월 국내 생산이 줄어든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특히 대미 수출 감소가 결정적이었다”며 “연초 목표로 했던 수출 규모 270만대를 관세 여파로 인해 265만대로 하향 조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5월 대미 수출 물량은 총 7만 7892대로, 작년 동기(9만 9172대) 대비 21.5% 줄었다. 현대차가 31.4% 감소한 4만 2574대를 수출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기아는 4.8% 감소한 3만 5318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생산 축소는 일부 공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오닉5와 코나EV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1공장 12라인은 최근 수개월 동안 가동과 휴업을 반복해왔다.
특히 6월 25일부터 사흘간 휴업에 들어갔으며 지난 5월에도 나흘간 가동을 멈춘 바 있다.
생산 감소의 그림자… 부품사와 고용에도 충격
자동차 생산 감소는 완성차 업체에 그치지 않고, 협력 부품사와 고용시장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 감소가 부품업계 경영 악화와 고용 감소 등 전후방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한 수출 다변화와 신시장 개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중견 3사는 생산 확대를 이어가며 부분적인 완충 역할을 했다.
한국GM은 북미 수출 모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0.4% 증가한 4만 9594대를 국내에서 생산했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도 각각 생산량을 늘리며 전체 감소폭을 일부 상쇄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4년 국내 자동차 총생산 규모는 413만대였으며 이는 전년 대비 2.7% 줄어든 수치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 순위에서 6위에서 7위로 하락했다.

이번 사태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기존 수출 중심 전략에서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지속 가능한 생산 구조와 수출 전략의 재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