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가 진짜 주인공
RV 중심 전략 통했다
제값 받고 수익성 방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고수익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레저용 차량(RV)에 집중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대당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과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이뤄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차와 기아는 RV를 중심으로 한 전략을 통해 역대 최고 수준의 판매 가격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브랜드 가치 상승, 전동화 확대, 환율 효과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RV, 가격으로 증명된 존재감
올해 1분기,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해외 시장에서 RV 평균 판매가격이 각각 7525만 원, 6489만 원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현대차의 경우 2022년 6278만 원, 2023년 6744만 원, 2024년 7387만 원에서 1년 새 138만 원이 올랐다. 기아는 같은 기간 5090만 원에서 5779만 원, 다시 6382만 원까지 치솟았다. 3년간 가격 인상 폭은 매년 500만~700만 원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가격을 낮춰 팔지 않아도 되는 ‘제값 받기’ 전략이 가능해졌다.
2022년부터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3위를 유지하며 얻은 신뢰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수익을 견인한 RV 중심 전략
RV의 존재감은 가격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SUV·RV 중심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차의 1분기 RV 판매 비중은 57.2%, 기아는 69.5%였다. 이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포인트, 5.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SUV와 RV는 같은 차급의 세단보다 10~20%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고수익 차종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파워트레인, 고급 트림이 추가되면 평균 단가는 더 올라간다.
실제로 1분기 SUV·RV의 평균 판매가는 현대차 6490만 원, 기아 5578만 원으로 세단 대비 높았다.
RV 전략의 수익성은 해외 시장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9.4% 오른 7525만 원, 기아는 9.2% 상승한 6489만 원으로 판매됐다. 고환율, 전동화 수요 증가 등 외부 환경도 이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하이브리드·전기차와 맞물린 상승세
SUV와 RV의 활약은 전동화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대표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다양한 전기 SUV를 출시하면서 선택지를 늘렸다.
이는 가격을 높이면서도 시장 반응을 이끌어낸 핵심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시장에서는 친환경차 판매가 증가하며 실적도 뛰었다. 현대차는 1분기 미국에서 20만 3554대를, 기아는 19만 8850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각각 10.1%, 10.7% 증가한 수치다. 이는 싼타페, GV70 등 SUV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확대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RV 기반 고부가 모델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 GV90 대형 전기 SUV를, 기아는 북미 시장용 픽업트럭을 준비 중이다.

RV는 더 이상 단순한 ‘여가용 차량’이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전략 한가운데에서,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