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중국 질주, 한국 배터리 산업은 경고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거센 질주가 국내 배터리 산업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던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중국 업체들에 밀려 뒷걸음질쳤고,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중국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산업은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중국의 독주, 흔들리는 K-배터리의 위상

2025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전반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8% 늘어난 221.8GWh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가져갔다.

2025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출처-SNE리서치, 연합뉴스

CATL은 전년보다 40.2% 증가한 84.9GWh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38.3%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BYD는 무려 62.0% 성장한 37.0GWh를 기록하며 점유율 16.7%로 2위를 차지했다. 이 두 기업의 선전은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지역 확장을 통해 이룬 결과다.

특히 BYD는 600만대에 달하는 연간 판매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4.6%포인트 하락한 18.7%에 머물렀다. 세계 시장의 성장 속에서 상대적으로 입지를 잃은 셈이다.

성장 속 희비 엇갈린 K-배터리 3사

국내 배터리 3사의 1분기 실적은 각기 다른 양상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 ID시리즈, 쉐보레 EV 신모델 등의 판매 호조 덕분에 15.1% 성장한 23.8GWh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하며 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주력 고객인 테슬라가 LG 배터리 탑재 모델의 판매 부진을 겪으며 테슬라 향 배터리 사용량은 17.3% 줄었다.

SK온은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회복세, 벤츠 EQA·EQB, 폭스바겐 ID.4·ID.7 등의 판매 증가로 35.6% 성장한 10.5GWh를 기록, 국내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점유율은 4.7%로 세계 4위를 유지했다.

삼성SDI는 유일하게 역성장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한 7.3GWh로 7위에 그쳤다.

주요 고객인 BMW, 아우디, 리비안의 수요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리비안이 LFP 배터리 탑재 트림을 출시한 점과 아우디 Q8 e-트론의 판매 둔화는 삼성SDI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복합 위기, 새 전략이 필요한 시점

삼성SDI의 부진은 고객 이탈을 넘어 글로벌 시장 내 포지셔닝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배터리 산업 전반이 처한 상황을 대변한다.

SNE리서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에 강력한 관세 정책을 공식화하며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유럽의 친환경 규제,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삼중고 속에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환경은 단기적 실적 회복보다는, 장기적 기술 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해외 생산기지 확대 등의 근본적인 전략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