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00%→16% 추락 “순식간에 무너졌다”…신용등급까지 ‘빨간불’

전기차 시장 성장률 16% 급락
2025년, 한국 기업 신용도마저 둔화 전망

“투자했던 2차전지 기업 매출이 폭락했어요.”, “전기차 시장은 꾸준히 오를 줄 알았는데…”

한때 글로벌 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이차전지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전기차 시장은 연 1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황금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성장률이 16% 수준으로 급락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 둔화는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기업, 신용등급 하락 위기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러한 우려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이차전지와 철강, 석유화학 기업들이 가장 큰 하방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말 5.3%에서 올해 18.4%로 크게 늘어난 반면 ‘안정적’ 전망 기업의 비중은 92.1%에서 81.6%로 줄었다.

전기차 구매 심리 위축… 중국 기업마저 성장

이차전지 산업의 위기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는데, 우선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의 고가 전기차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1년 새 80% 이상 폭락하면서 배터리 판매 단가도 하락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능력 확대는 공급 과잉을 키웠고, 중국 업체들의 약진으로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2022년 당시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050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전체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4%에 달하며 특히 중국 시장은 82%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의 59%를 점유했다.

당시 업계는 2030년까지 연간 판매량이 18배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이제는 정책적 불확실성마저 더해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어 친환경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도 제기되며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면 현대차, 기아 실적 ‘청신호’ 전망

다만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데, S&P는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모델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해 주요 업체들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관련 수요 증가로 고대역폭 메모리 제조사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