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국민차였는데 “판매량 급감했다”… 위기에 빠진 상용차·경차

위기에 빠진 상용차…지난해 20.6% 감소
경차 판매량은 10만 대 선 깨져

소상공인과 서민경제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상용차와 경차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맞물리면서 상용차와 경차 판매량이 급감했고, 제조사들은 판촉 강화 및 할인 판매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가 얽히며 이들 차량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계형 차량 1t 트럭의 추락

전통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온 1t 트럭의 공식이 깨졌다.

지난해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는 각각 29.1%, 35.6% 판매 감소를 기록하며 소형 트럭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특히 포터는 2022년 전체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성과를 보였지만, 지난해엔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상용차 전체 판매량은 각각 15%와 34.2% 감소했으며, 업계 전체적으로 18.6%의 급락을 면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하락세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와 더불어 환경 규제 강화, 소비 심리 위축을 꼽고 있다.

디젤 차량에서 LPG 및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기 트럭의 짧은 주행 거리 등 기술적 한계도 상용차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차도 역풍…기아 모닝 38.8% 감소

한때 경제성과 실용성으로 사랑받던 경차 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경차 판매량은 9만 9211대로, 10만 대 선이 무너졌다. 특히 기아 모닝은 38.8%라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고,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도 각각 8.1%, 3.8% 감소하며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전기 경차는 일부 희망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내연기관 경차의 하락세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아 레이 EV가 1만 80대, 현대차 일렉트릭이 7871대의 판매 성과를 기록했다. 레이 EV의 경우 전년 대비 170.5% 증가했으나 여전히 전기 경차는 시장의 소수에 불과하다.

경차의 주요 장점인 경제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경차 소유주들에게 제공되던 유류세 환급 혜택이 2026년 종료될 예정이며, 대형차 선호 경향과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의 부상으로 경차의 매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 시장 구조적 변화 필요

상용차와 경차 시장의 하락세는 단순히 경제 상황의 문제를 넘어선 구조적인 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상용차는 환경 규제와 전기차 기술 발전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경차는 경제성 및 실용성 면에서 대형차와 하이브리드 차종에 밀린다.

전문가들은 상용차와 경차 시장 모두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상용차의 경우 전기차 기술의 개선과 충전 인프라 확충이, 경차 시장에서는 경제적 혜택 확대와 새로운 모델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경차 시장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소형 차량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용차와 경차는 서민 경제와 소상공인을 위한 필수적인 교통 수단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은 이들 차량이 경제와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기술과 혜택을 통해 시장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