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 이제 어쩌죠?”…639마력 SUV 국내 진출에 ‘초긴장’

물밑 작업 끝낸 중국 전기차…국산차 시장에 ‘경고장’

639마력. 제로백 3.8초. 그리고 가격은 최대 1억 원. 그동안 고성능 수입차 브랜드가 전유했던 이 수치들이 이제 ‘중국차’에서도 등장했다.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 ‘지커(Zeekr)’가 한국 땅을 밟으며 국내 자동차 업계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미 법인 설립과 상표권 등록을 마쳤으며 SUV ‘7X’를 앞세워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지커코리아’ 설립…한국 진출 공식화

지난달 28일,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억 원이며 주소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이다. 대표이사는 동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차오위가 맡았고, 국내 사내이사로는 김남호 전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국내 활동은 김 이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시장 조사 및 유통 채널 확보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커는 국내 상표 등록도 마무리했다. 지커 브랜드 로고는 물론, 중형 SUV ‘7X’의 상표권도 출원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7X가 지커코리아의 첫 출시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639마력의 전기 SUV ‘7X’

지커가 유럽 시장에 출시한 7X는 이미 성능 면에서 글로벌 고성능 SUV와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륜구동(RWD) 모델은 약 8400만 원, 사륜구동(AWD) 모델은 약 1억 원 수준이다.

AWD 기준 최고 출력은 639마력, 제로백은 3.8초,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543km에 달한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갖춘 셈이다.

지커는 2021년 지리차에서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7만1941대, 2023년 11만 8585대에 이어 지난해는 22만 212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약 6000억 원을 조달하며 최근 3년간 중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IPO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국산 프리미엄 전기차와 경쟁 전망

지커의 등장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미칠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BYD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저가 모델 중심으로 접근했던 것과 달리, 지커는 고급 전략을 통해 직접적으로 국산 프리미엄 전기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커는 성능 면에서 테슬라를 대체하고 있는 중국 현지 트렌드의 대표주자”라며 “한국 소비자들의 고급차 수요를 겨냥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지커는 단순한 전기차 브랜드가 아니라 중국 고급차 브랜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새로운 게임에 대비할 때

지커의 등장은 단순한 수입차 한 브랜드의 진출 그 이상이다.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세 키워드를 갖춘 지커는 국산차의 핵심 경쟁 영역에 직접 뛰어드는 존재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의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 진정한 프리미엄 전기차 개발과 브랜드 전략 재정립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중국차 이미지를 깰 수 있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지커는 더 이상 ‘싼 중국차’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