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인식돼 온 BYD가 한국에서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꺼내 들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BEV) vs 하이브리드’의 구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 최대 완성차 브랜드마저 하이브리드 진영에 합류하면서 전동화 전략의 판이 새롭게 짜이고 있다.
2026년 2분기 기준 국내 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전기·수소를 합친 친환경차 비중은 50.4%로,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BYD, PHEV 카드 꺼내다…씨라이언6 DM-i의 스펙과 가격
BYD코리아는 지난 6월 26일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국내 첫 PHEV 모델 ‘씨라이언6 DM-i’를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7월 4일부터는 전국 전시장에서 실차 전시가 시작됐다.
씨라이언6 DM-i는 전장 4,775mm, 휠베이스 2,765mm의 중형 SUV 세그먼트에 속한다. BYD 자체 개발 ‘DM-i 슈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1.5L 가솔린 터보 엔진(96kW)과 전기모터(150kW)를 결합한 전기 하이브리드 시스템(EHS) 구조를 채택했다.
18.3kW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배터리 단독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약 70km이며, 총 주행 가능 거리는 1,000km를 넘는다. 복합연비 15.2km/L, 복합 전비 4.2km/kWh의 효율도 갖췄다. V2L(Vehicle-to-Load) 기능으로 최대 3.3kW의 외부 전력 공급도 가능하다. 판매 가격은 3,750만원으로, 국산 중형 하이브리드 SUV 상위 트림과 직접 경쟁하는 구간에 위치한다.
숫자로 보는 하이브리드 전쟁…”공백은 기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하이브리드 신차 등록 대수는 452,714대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2026년 상반기에도 하이브리드는 227,019대가 팔리며 전체 신차 시장의 26.7%를 점유, 내연기관과 전기차 사이의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반면 PHEV 시장은 구조적 공백 상태다. 2026년 1~5월 국내 PHEV 판매는 4,745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으며, 시장 점유율도 0.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비자 외면이 아닌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진단한다. 현대·기아가 투싼·싼타페·쏘렌토 PHEV를 해외에서는 판매하면서도 국내에는 들여놓지 않아, 사실상 PHEV 시장이 비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BYD와 토요타가 이 공백을 정조준하고 있다. 씨라이언6 DM-i처럼 EV 모드 주행거리가 긴 PHEV는 도심 출퇴근은 전기로, 주말 장거리는 엔진으로 처리하려는 수도권·광역시 거주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할 여지가 크다.
완성차 전체가 움직인다…”하이브리드는 전략의 중심”
하이브리드 강화는 BYD만의 전략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18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동화 차량 비중을 전체 판매의 60%(약 330만 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밝혔다. 기아는 2030년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 목표를 연간 110만 대로 설정하고, 한국·중국·인도·멕시코 생산시설의 하이브리드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실적으로도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는 225,321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5.5% 급증했다. 현대 단독으로 114,870대(+50%), 기아는 110,451대(+85.3%)를 각각 달성하며 하이브리드가 전동화 포트폴리오의 실질적인 견인차임을 증명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말부터 주력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며,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필랑트·아르카나 등 주요 SUV·크로스오버 전 라인에 하이브리드 E-Tech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며 하이브리드를 핵심 판매 전략으로 격상시켰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데, 그 빈 공간을 하이브리드가 채우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씨라이언6 DM-i는 쏘렌토·투싼·싼타페 하이브리드와 같은 수요층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