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직접 나섰다”…제네시스, 미국서 ‘깜짝’ 소식

세 번째 디자인 센터, 미국에 둥지를 틀다
현지 밀착형 전략으로 북미 공략 가속
제네시스 10년의 진화, 그 결실이 모였다

북미 디자인 시장의 중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제네시스가 단독 디자인센터를 열었다. 이로써 제네시스는 한국과 유럽을 포함해 세 대륙에 디자인 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이번 센터는 고객 맞춤형 디자인 개발과 미래 모빌리티 연구를 위한 핵심 시설로, 제네시스의 글로벌 전략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캘리포니아에 세운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

제네시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엘세군도에 독립 디자인센터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를 공식 개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세 번째 글로벌 디자인 거점이다.

연면적 약 2260평 규모의 이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로, 차량 디자인은 물론 전시장 구성, 브랜드 사운드, 로고 개발 등 브랜드 전반을 아우르는 디자인 작업이 이뤄진다. 특히 항공 모빌리티(AAM), 로보틱스, 최신 소재(CMF) 트렌드 등 미래 산업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현대차 대표이사 호세 무뇨스 사장은 “이번 센터는 북미 고객의 취향과 감성에 깊이 공감하는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한 중요한 전진 기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제네시스가 북미 시장에 장기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는 세 대륙을 잇는 디자인센터 간 24시간 소통 체계를 갖춰, 지역별 트렌드에 맞춘 맞춤형 디자인 개발은 물론 글로벌 일관성을 유지하는 협업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자기 집 생긴 디자이너들”, 공간이 바꾼 작업 방식

이번 센터의 개소는 단순 공간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제네시스 디자이너들은 이전까지 현대차 사무공간을 공유했으나, 이제는 엘세군도의 독립적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전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스튜디오는 LAX 공항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고, 천창과 내부 정원을 활용해 자연광 아래에서 차량 모델을 점검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디자인 모델링 스튜디오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브릭스는 “실내에서는 보이지 않던 라인이 바깥에서는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며 자연광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건물 중앙 아트리움에는 회전식 턴테이블이 설치돼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차량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내부에는 대형 클레이 밀링머신 2대가 설치돼 있으며, 이를 통해 제작된 모델은 디지털 파일로 변환되어 전 세계 스튜디오 간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글로벌 협업을 위해 시간대 차이를 활용한 연속 작업 방식도 도입됐다.

루크 동커볼케 CCO는 “데이터는 잠들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각 스튜디오가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작업 공간 곳곳에는 유쾌한 요소도 숨어 있다. 밀링룸 문장치에는 실제 제네시스 차량에 쓰이는 부품이 활용됐고, 소재실에는 전통 한국 디자인 요소부터 3D 프린팅 운동화, 해체된 악기까지 다양한 영감이 배치되어 있다.

‘프레스티지 블랙’ 시리즈의 경우 이름과 달리 북미 한정으로 흰색 모델도 선보이며 유연한 감각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테드로스 멩기스테 COO는 “남부 플로리다 시장에서는 검은 차량 수요가 적다”고 설명했다.

10주년 맞은 제네시스, 디자인으로 답하다

제네시스가 이번 디자인센터 개소 시기를 10주년과 맞물려 진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브랜드 출범 10년 만에 단독 디자인 공간을 갖춘 북미팀은 독립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다.

동커볼케 CCO는 이 공간을 “직원들의 창의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험적 공간”이라 표현하며,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살리는 동시에 글로벌 감성을 녹여낸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 강화 프로젝트인 ‘마그마 프로그램’을 제안한 당시를 회상하며, 이 제안이 최종 승인되기까지의 과정을 언급했다.

제안에 대해 현대차 회장이 “제네시스 전 차종이 이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말하며 단순한 퍼포먼스 모델을 넘어 전 라인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결국 디자인과 기술, 문화적 감각이 융합된 제네시스의 북미 전략은 ‘현지화된 고급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는 그 전환점이자, 향후 글로벌 디자인 거버넌스의 중심이 될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