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우려 무색… 견적 비율 40%까지 상승

전기차 수요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실제 소비자 선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차 구매 견적 비교 플랫폼 모딜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친환경차의 견적 산출 비율은 전체의 약 40%에 달하며 시장 내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체 견적의 30%를 유지한 가운데, 전기차는 3월 기준 10%까지 비중이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전기차 수요가 오히려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차·패밀리카 강세… 카니발 하이브리드 ‘2만 건 돌파’
견적 데이터 분석 결과, 1분기 소비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는 기아차였다.

기아는 올 1분기 전 세계적으로 77만 2천여 대를 판매하며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고 국내 견적 시장에서도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카니발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도 견적 산출량 1위를 지키며 명실상부한 국민 패밀리카로 자리잡았다.
주목할 점은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의 약진이다. 해당 모델은 올해 1분기에만 2만 건이 넘는 견적이 산출됐으며, 이는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모딜카 측은 “과거 긴 대기 기간 탓에 수요가 분산됐지만, 최근 1년 미만으로 줄어든 출고 대기 덕분에 관심이 다시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스포티지, 셀토스, 니로, EV3, 모닝 등 기아차 5개 모델은 전 분기 대비 견적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니로 하이브리드는 473%, 전기 SUV EV3는 297%의 견적 증가율을 기록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 팰리세이드·쉐보레 트랙스도 인기… BYD는 ‘조용한 출발’
카니발과 함께 패밀리카 수요를 견인한 또 다른 모델은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였다.
신형 모델이 출시된 1월 이후 견적 수요가 약 5배 증가하며 순위 2위에 올랐다. 팰리세이드는 신차 효과와 함께 가족 단위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편, 비(非) 친환경 모델 가운데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차량은 쉐보레의 트랙스였다.
트랙스는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견적 수요가 꾸준히 늘었으며 특히 장기 렌트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올해 2월 국내 시장에 진입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는 3월 기준 모딜카 내 26개 제조사 중 22위를 기록하며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모습이다. 모딜카 측은 “BYD는 아직까지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기차 캐즘론 흔들… 친환경차 수요 ‘실체’로 확인
이번 분기 분석을 통해 확인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바로 친환경차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 증가다.
단순한 ‘관심’ 차원을 넘어, 실제 견적 요청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전체의 40%에 달하는 비중을 기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 침체 구간인 ‘캐즘(Casm)’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돼 왔지만, 현실의 수치는 이를 반박하고 있다.
1월 4%, 2월 6%에 불과했던 전기차 견적 비율은 3월 들어 10%로 뛰어올랐으며, 하이브리드는 고르게 30%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차, 단기 유행 아닌 구조적 성장 흐름
1분기 신차 견적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것은 친환경차에 대한 구조적인 수요 증가다.
특히 기아와 현대, 쉐보레 등 국내 주요 제조사들이 이 흐름을 선도하며 시장 반응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전체 견적의 40%에 육박한 이번 통계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들고 있음을 상징한다.
업계는 이 흐름을 일시적인 반등이 아닌, 장기적인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