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내수판매 첫 역전
수출은 ‘관세 충격’에 주춤
테슬라·BYD 수입차 약진

지난 5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가 처음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발표한 ‘2025년 5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같은 달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9.0% 증가한 7만 3511대를 기록해 전체 내수 판매의 과반 이상(51.8%)을 차지했다.
반면, 내연기관차는 6만 8354대로 48.2%에 머물렀다. 월간 기준으로 친환경차 판매가 내연기관차를 넘어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친환경차 첫 내연기관차 추월… 하이브리드·전기차 동반 상승
산업부에 따르면 5월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4만 18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 증가했다.

이 중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차(5만 614대), 전기차(2만 1445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1360대) 순으로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전기차는 60.3%,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15.9%라는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했다.
테슬라가 국내에 선보인 ‘모델 Y 주니퍼’는 6570대가 팔리며 5월 내수 판매 순위 5위에 올랐다. 국산 전기차도 다양한 차급 모델이 본격 판매되면서 전년보다 58.8% 증가한 2만 1000대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판매 증가는 그간 전기차 화재 우려 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캐즘(Chasm)’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수입차 약진… 테슬라·BYD 선전
테슬라뿐만 아니라 중국 BYD도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BYD는 4월부터 ‘아토3’ 모델 인도를 시작한 이후 5월까지 두 달 연속 500대 이상(5월 513대)을 판매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차의 등장은 기존 업체들에 품질과 가격 경쟁력 모두를 강화해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차 전반의 판매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메르세데스-벤츠(13.7%), BMW(9.6%), 포르쉐(42.8%), 넥서스(18.4%), 아우디(43.2%) 등의 수입 브랜드들이 국내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는 6.4%, 기아는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미 수출 27% 급감… ‘관세 직격탄’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상승했지만, 수출에서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부는 5월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대비 4.4% 감소한 62억 100만 달러(한화 약 8조 5340억 원)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5월 실적의 기저효과와 함께 관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1% 감소한 25억 2000만 달러(3조 4680억 원)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 역시 같은 달 16억 6300만 달러(약 2조 2880억 원)로 9.4% 줄었다.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서, 현지 생산 증가가 대미 수출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대미 수출은 관세 부과와 현지 생산 본격화가 맞물리며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수입산 자동차 관세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수출 감소분은 유럽·아시아가 메워
대미 수출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시장에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28.9%, 기타 유럽은 30.9%, 아시아는 45.1%, 중남미는 42.3% 각각 증가하며 전체 수출 감소폭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

전기차 수출은 2만 1065대로 11.7%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4만 8758대로 25.0% 증가하며 전체 친환경차 수출을 견인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5360대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5월 친환경차 수출 전체는 전년 대비 10.2% 증가한 7만 5184대를 기록했다.
국내 생산량은 같은 달 35만 8969대로 3.7% 감소했다. 이는 수출 부진과 맞물려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5월, 국내 친환경차 시장은 한동안의 침체기를 뒤로하고 내연기관차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러나 같은 시기 해외 수출은 미국의 관세 압박에 직격탄을 맞으며 주춤했다.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친환경차를 둘러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흐름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