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도로서 1704km 달린 픽업트럭
EPA 인증거리의 두 배 넘은 주행기록
GM, 루시드·벤츠 기록 모두 앞서

미시간 도로 위에서 전기 픽업트럭이 기존의 상식을 깨뜨렸다. GM의 쉐보레가 선보인 실버라도 EV가 단 한 번의 충전으로 1059.2마일, 약 1704km를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록은 루시드가 세운 748.9마일 기록을 불과 몇 주 만에 뛰어넘은 것으로, 지금까지의 전기차 주행거리 기록 가운데 가장 길다.
테스트는 GM 밀퍼드 테스트 센터와 디트로이트 벨아일 인근 공공 도로에서 진행됐으며 공식적인 조건과 양산차 사양 그대로 수행됐다.
실제 도로에서 1704km 주행 성공
GM은 이 기록을 단순한 실험이 아닌 현실 조건에서의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테스트에 투입된 차량은 2026년형 쉐보레 실버라도 EV 맥스 레인지 워크 트럭으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 셀즈(Ultium Cells)’가 생산한 205kWh급이 탑재됐다.
이 차량은 미국 환경청(EPA) 기준으로 최대 493마일(약 793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은 모델이다.

기록 도전은 “차량이 최적의 조건에서 얼마나 멀리 주행할 수 있을까?”라는 GM 엔지니어들의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주행은 7일 동안 40명의 GM 팀원이 교대로 운전하며 진행됐다.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32~40km를 유지했고, 급가속과 급제동은 철저히 피했다.
차량 매뉴얼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운전 습관과 설정을 조정했으며 냉난방 장치는 모두 꺼진 상태로 주행을 이어갔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량에는 토너 커버가 장착됐고, 와이퍼 위치는 최하단으로 조정됐다. 타이어는 마모가 심한 상태였지만 공기압은 최대치인 80psi로 유지했다.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페어타이어도 제거했다.
주행 마지막 구간은 디트로이트 벨아일의 원형 도로에서 마무리됐다. 추진력 보정 엔지니어링 매니저인 존 도레무스는 “내리막길만 달렸다면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었겠지만, 평탄한 도로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기록 달성 이후 GM 배터리 및 지속가능성 부문 부사장 커트 켈티는 “이 결과는 운이 아니라 배터리 화학, 구동장치 효율, 소프트웨어와 차량 설계가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루시드·벤츠 제친 GM… 정면 승부의 결과
이 기록은 불과 몇 주 전 루시드가 세운 전기차 주행거리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루시드는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독일 뮌헨까지의 험준한 산악 구간을 포함한 경로를 따라 748.9마일(약 1,205km)을 주행하며 세계기록을 갱신한 바 있다.
당시 루시드는 차량의 공기역학, 섀시, 드라이브라인 등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GM은 다른 전략을 택했다.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을 탑재하고, 실제 주행 상황에서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루시드가 사용한 배터리는 112kWh 수준이었고,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내려가는 경로가 포함돼 주행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GM은 해발 차이가 거의 없는 미시간 지역을 선택해 평탄한 도로 조건에서 진행했다. 주행 효율은 kWh당 4.9마일로, 실버라도 EV가 원래 인증받은 효율(약 2.4마일/kWh)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는 루시드가 19인치 휠 장착 모델로 기록한 공식 EPA 효율(4.6마일/kWh)보다도 높은 수치다.
실험에 참여한 GM 팀은 기록을 마친 후 방전된 차량을 공장으로 옮겨 배터리를 충전한 뒤, 그 에너지로 ABS 플라스틱 트로피를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트로피 제작은 6.5시간 동안 이뤄졌으며 대용량 배터리의 활용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벤츠 EQS 기록도 제쳐… EV 주행거리에 새로운 기준 세워
GM의 이번 성과는 루시드뿐 아니라 이전의 메르세데스-벤츠 기록도 넘어섰다.
지난 6월, 벤츠 EQS 450+는 일본에서 이틀간 649마일(약 1044km)을 주행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GM은 이를 상회하는 1059.2마일을 실제 도로에서 달성하며 EV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실버라도 EV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픽업트럭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상용차 기반 전기차가 하이엔드 세단을 제치고 주행거리 기록을 세운 것은 전기차 기술의 활용 폭이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차량 성능과 배터리 효율, 실제 조건을 조합한 GM의 전략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