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또 다시 사법부의 벽에 막혔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7일(현지시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 모든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글로벌 10% 관세가 법률에 위반된다며 2대 1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관세를 소송을 제기한 수입업체들에 적용할 수 없다는 영구적 금지 명령을 내리고, 이미 납부된 관세를 이자와 함께 환급하라고 행정부에 명령했다.
상호관세 위법 후 동원한 ‘플랜B’, 150일 만에 흔들리다
이번 판결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2026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미 연방대법원은 당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새로운 법적 근거로 삼아 전 세계를 상대로 일괄 10% 관세를 부과하는 ‘플랜B’를 가동했다.
무역법 122조는 대규모이고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최대 150일간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향신료 수입업체 버랩 앤드 배럴, 장난감 수입업체 베이직 펀 등 미 중소 수입업체들은 올해 3월 이 관세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 “국제수지와 무역적자,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
재판부 다수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s)와 무역적자(Trade Deficit)를 혼동해 무역법 122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국제수지는 상품 거래뿐 아니라 서비스·소득·금융 등 모든 형태의 대외 경제 거래를 포괄하는 지표다. 반면 무역적자는 상품 교역에 한정된 보다 좁은 개념으로, 양자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판결이 IEEPA 근거보다 더 명백한 위법 판단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로 최대 150일의 시간을 확보한 뒤, 무역법 301조나 무역확장법 232조 등 별도 법률로 관세 체계를 재편하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판결의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관세는 어차피 7월 만료 예정이었으며, 행정부가 이 시점에 다른 관세 체계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