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유가 급등이 수입물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번지는 ‘도미노 전이’ 구조가 본격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경유 동시 2000원 돌파…한 달 새 128원 껑충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당 2009.45원, 경유는 2003.79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해 각각 128.36원, 125.56원 오른 수치다.
3월에도 휘발유는 147.41원, 경유는 241.66원 상승한 바 있어, 유가 상승세는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지속 상회하며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 15%, 경유 25%로 상향하고, 최고가격도 각각 1934원, 1923원으로 인상했다. 비축유 스와프 제도도 7월까지 연장했지만, 실제 주유소 가격은 이미 정부 기준을 넘어선 상태다.
수입물가 28년 만에 최고…생산자물가도 4년 만에 최대 상승
유가 충격은 물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상승하며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와 유가 급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1.6% 오르며 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정유·화학·운송 등 산업 전반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1~2개월, 수입물가는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시장에서는 4월 이후 공업제품, 운송비, 외식 물가 등으로 추가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여름철 소비자물가 3%대 재진입 가능성…전문가 “내구재 중심 상방 압력 확대”
글로벌 IB ING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8%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4월(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ING는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휘발유 가격 급등 억제에는 도움이 됐지만, 항공료·여행비·물류비 등 다른 물가는 이미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IB 8곳이 집계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도 2.4%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상향됐다. 연세대 김정식 명예교수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특히 내구재를 중심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원유와 밀접한 부분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의 누적 상승분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남아 있어, 여름철 3%대 재진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