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게 커플 패딩을 입히고, 전문 미용사에게 디자인 커트를 맡기고, 온천수 스파까지 예약한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대우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문화가 국내 소비 시장의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2년 약 9조 1,500억 원(62억 달러) 규모에서 2032년 약 22조 4,000억 원(152억 달러)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이미 전체의 29.2%에 달한다. 가구 세 곳 중 한 곳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시대다.
보호자와 ‘커플룩’… 패션 브랜드들의 새 격전지
과거 반려동물 의류는 보온과 위생 중심의 기능성 제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호자와 디자인을 맞춘 ‘패밀리룩’ 콘셉트가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LF 브랜드 헤지스는 올해 1~4월 반려동물 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급증했다고 밝혔다. 성인·아동복과 디자인을 맞춘 패밀리룩이 호응을 얻은 결과다. 속옷 전문기업 BYC의 반려동물 의류 라인 ‘개리야스’도 지난해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김장조끼’, ‘빨간내복’ 같은 친숙한 레트로 상품이 인기를 끌었고, ‘깔깔이’ 제품은 물량이 소진돼 추가 생산에 들어갈 정도였다.
글로벌 브랜드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디다스는 이달 1일 해외에서만 판매하던 반려동물 전용 의류 ‘오리지널스 펫 캘리 티셔츠’를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브랜드 고유의 삼선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한 프리미엄 포지셔닝 전략이다.
미용업체 1만 곳 돌파… ‘위생’에서 ‘스타일’로 진화
의류 시장의 확대는 미용·케어 시장의 질적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반려동물 미용업체는 2022년 말 8,868개소에서 지난해 8월 기준 1만 172개소로 약 14.7% 증가했다.
농식품부의 ‘2025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에서는 최근 1년 내 미용 서비스 이용 경험이 50.8%로 나타났다. 동물병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이용률이다. ‘테디베어컷’, ‘물개컷’, ‘귀툭튀컷’ 등 디자인 커트가 대중화된 영향이다. SNS에 반려동물의 꾸민 모습을 공유하는 ‘인증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스타일링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삶의 질’까지 관리… 프리미엄 서비스가 온다
최근에는 외모를 넘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관리하려는 수요까지 생겨났다. 교원그룹의 반려동물 친화 호텔 키녹은 지난달 말 천연 온천수, 히노끼 욕조, 머드팩 등을 활용한 프리미엄 펫 스파 패키지를 출시하며 고급화 수요 공략에 나섰다.
아이를 갖는 대신 반려동물을 자녀처럼 키우는 ‘딩펫(DINK+Pet)’ 가구가 프리미엄 소비의 새 주체로 부상한 점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반려동물 웰니스 시장은 2030년 1,94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 한 마리를 위한 옷장, 전문 미용사, 스파 예약. 이제 이 소비는 ‘과하다’는 시선 대신 자연스러운 가족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펫 휴머니제이션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소비 질서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