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이면에는 언제든 ‘부메랑’이 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정제마진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이 아닌 유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 착시라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정유 4사, 1분기 합산 영업이익 5조원 전망
3일 증권업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조3,586억원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1분기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극적인 흑자전환을 이룬 셈이다. 에쓰오일도 1조847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며,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조원 중반대와 2,000억원 안팎으로 관측된다.
호르무즈 봉쇄가 쏘아 올린 ‘정제마진 급등’
이 같은 호실적의 핵심 동인은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정제마진의 급등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월 배럴당 5.7달러에서 3월 16.5달러로 단 한 달 만에 180% 이상 치솟으며 손익분기점(4~5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KB증권 전우제 연구원은 “이란 전쟁으로 중동·아시아·태평양을 통틀어 한국 정유사들은 유일하게 값싼 가격에 내수 제품을 조달하면서도 높은 마진으로 수출이 가능한 공급처가 됐다”며 “내년 말까지도 과거 호황기를 상회하는 시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5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국내 정유사들은 매출의 50~70%를 차지하는 수출에 집중해 정제마진 수혜를 극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내수 시장은 지난 3월 시행된 정부의 최고가격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마진 폭이 제한됐다. 업계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액이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부 예비비 4조2,000억원이 소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보전액 산정을 둘러싼 갈등도 예고된다.
‘금은방 착시’…유가 급락 시 손실 부메랑 현실화 우려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업계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는 1분기 영업이익의 40~50%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평균 3~4개월치 원유를 재고로 보유하며, 이 평균 가격을 분기별 원가로 반영한다. 유가 상승기에는 저가에 확보한 과거 재고가 원가로 투입되는 반면, 제품 판매가는 현재의 고유가를 기준으로 책정돼 일시적으로 마진이 부풀어 오르는 구조다.
문제는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다. 연속 공정 산업인 정유업은 비싸든 싸든 원유를 끊임없이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정유사들은 1분기에 거둔 수익을 더 비싼 원유 구매에 재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할 때마다 정유 4사 합산으로 1,000억원 이상의 손익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전쟁 종식 등으로 유가가 급락하면 고가 원유 재고가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