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고조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확산되면서 국내 건설 현장에 자재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 우려가 동시에 덮치고 있다. 단열재·페인트·PVC 등 마감 자재 전반에 걸쳐 협력사들의 가격 인상 통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공정 지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2026년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2020년=1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31.66에서 매달 오름세를 이어온 것으로, 서울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는 사상 처음으로 5,000만 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자재 가격 상승세가 단순한 일시적 교란에 그치지 않고 공사비 갈등 재점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프타發 자재 인상, 현장 전방위 압박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물질의 핵심 원료로,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형태로 가공돼 건설 자재 전반에 쓰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나프타 수급 불안이 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페인트·PVC 창호·단열재·방수재·도배지 등 대부분의 마감 자재가 가격 인상 대상에 올랐다. 레미콘은 경유 가격 상승에 따른 운송비 증가와 나프타 기반 혼화제 가격 압력이 겹쳤고, 시멘트는 생산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상승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대건설은 3월 26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 원가 상승과 공기 지연 가능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하고, 이후 전국 공사 현장에도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수도권 한 재건축 사업장 관계자는 “마감 자재 단가 인상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공사비 영향과 공정 지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량리7구역 189억 추가 인상…’둔촌주공 재연’ 우려
자재 가격 인상이 현실화된 사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 준공 예정인 청량리7구역(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은 지난해 말 공사비를 189억 원 추가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일부 조합원은 이 과정에서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을 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비 비대칭 구조도 문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는 빠르게 상승하지만, 가격이 내려갈 때는 회복이 더딘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과점적 자재 시장 구조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각 단계가 비용을 상위 공정으로 전가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과거 둔촌주공처럼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고 토로했다.
민간 넘어 공공사업까지…GTX-C도 공사비 분쟁 중
파장은 민간 정비사업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은 착공식을 마치고도 공사비 분쟁으로 본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대형 공공사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공사비를 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자잿값 인상이 지속되면 기존 공사비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결국 공사비 증액 협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잿값 상승은 공사비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분쟁이 확대될 경우 민간뿐 아니라 공공사업까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