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2월 국내 증시에서 20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내던지면서 두 달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넉 달 연속 돈을 쏟아부으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주식과 채권에 동시에 자금을 집행하는 대신, 한쪽은 팔고 다른 한쪽은 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금융감독원이 27일 발표한 ‘2026년 2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주식 19조5580억원을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9조319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390억원이 각각 빠져나갔다.
코스피 급등이 부른 ‘차익 실현’…환율도 매도 부채질
이번 대규모 매도의 배경으로 시장에서는 코스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을 가장 먼저 꼽는다. 연초부터 2월 27일까지 코스피는 4214에서 6244 수준으로 약 48% 급등한 상태였고, 외국인 입장에선 이익을 현금화할 유인이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한 점도 매도를 가속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환율 상승은 달러로 환산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환차손 위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분을 환차손이 일부 잠식하는 구조에서 외국인의 이탈 속도가 빨라졌다”고 분석한다.
지역별로는 미주(10조2000억원)와 유럽(6조원)이 순매도를 주도했다. 국가별로는 미국(8조7000억원)과 영국(4조7000억원)이 가장 많이 팔았다. 반면 아일랜드(1조4000억원)와 프랑스(1조2000억원)는 순매수를 기록해 투자 주체별 전망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팔아도 비중은 늘었다’…역설적인 보유 집중도
주목할 만한 역설이 있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2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비중은 32.6%로 전월(32.0%)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전체 보유 규모도 2,025조5,4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보유 규모도 2,025조5,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외국인 매도 규모보다 한국 주식시장 전체의 시가총액 하락 폭이 더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더 크게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보유 집중도가 높아진 셈이다.
채권은 ‘넉 달 연속 순투자’…국채 중심으로 자금 유입
주식 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채권 10조6910억원을 순매수하고, 만기 상환액 3조2590억원을 제외한 7조4320억원을 순투자했다. 이로써 채권 순투자는 4개월 연속 지속됐다.
종류별로는 국채에서 9조5000억원의 순투자가 집중됐다. 유럽(2조7000억원)·아시아(2조6000억원)·미주(1조3000억원) 모든 지역이 채권 순투자에 동참했다. 2월 말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337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8000억원 늘어 상장 잔액의 12.0%를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주식 매도·채권 매수’ 동조화 현상을 두고, 외국인이 단기 주식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한국 금리 수익에 대한 수요는 유지하는 방어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무역 긴장과 환율 변동성이 완화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이분화된 투자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